[씨줄날줄] 시민 참여 오페라/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시민 참여 오페라/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3-22 00:00
수정 2013-03-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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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 1일이면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의 아우내 장터에서는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메아리친다.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는 3000명 남짓한 시민이 흰색 광목으로 지은 한복을 차려입고 횃불행진을 벌인다. 시민들은 헌병 분소를 점령하면서 일제 헌병의 총칼에 희생당하는 모습을 재현하기도 한다. 이 초대형 퍼포먼스가 그저 정형화된 경축행사를 넘어서 감동을 주는 것은 마치 3·1운동이 벌어진 그날인 듯 감정을 되살려낸 시민 배우들의 서툴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고상한 문화’의 대명사인 오페라에 시민들을 대거 참여시킨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생뚱맞게 아우내 장터의 퍼포먼스를 떠올린 것은 시민들의 자발성과 진정성이 이번에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시민들이 합창단과 연기자로 출연하는 베르디의 ‘아이다’는 새달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성악가와 함께 실력 있는 시민들이 자신감과 자긍심을 느끼고, 그 역량으로 오페라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아이다’로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무대에 오르는 시민은 합창단이 48명, 연기진이 42명이다. 지난달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다. 합창단 오디션에는 100명 남짓 몰렸다. 처음 대하는 악보를 보고 노래해야 하는 시창과 음정 테스트를 거치면서 상당수가 스스로 꿈을 접었다. 가사를 외워서 공연해야 하는 암보에 부담을 느낀 응시자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응시자에게는 연기진에 참여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렇게 합창단에 선발된 사람은 대학 신입생부터 60세 직장생활 은퇴자까지 다양한 세대, 다양한 직업의 오페라 애호가들이었다. 연기자로는 세종문화회관의 시민연극교실에 참여했던 이들도 선발되어 ‘무대의 꿈’을 이루게 됐다. 연습은 직장이나 학교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저녁시간을 이용한다.

시민 참여 공연으로 노리는 것은 열성적인 오페라 애호가의 확보라고 한다. 한국은 뛰어난 성악가들이 줄지어 배출되고 있지만, 오페라 발전을 위한 시민들의 구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직접 출연할 기회를 주어 영원한 오페라 지원세력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시민 참여 오페라란 오페라 종사자와 오페라 애호가가 모두 만족하는 윈윈전략인 셈이다. 어떤 장르이건 참여형 문화예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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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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