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회사 만들기와 근참법 개정의 필요성/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우리’회사 만들기와 근참법 개정의 필요성/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2-11-08 00:00
수정 201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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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노사관계’, 참 멋진 말이다. 그런데 왠지 공허하다. 1980년 제정된 노사협의회법이 1997년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법(근참법)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우리나라에 협력적 노사관계법 체계가 마련된 것도 제법 오래됐다. 하지만 협력적 노사관계법은 대립적 노사관계법에 가려 관심 영역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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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의 현실은 독일을 비롯한 선진 산업국가들과 사뭇 대비된다. 그들은 대립적 노사관계를 극복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분주하다. 회사의 흥망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상황에서 노사 간 ‘대립’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그들은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오늘날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가장 위태롭게 하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 약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협력적 노사관계법은 우리에게도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다. 그렇다면 근참법을 지금처럼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 법 개정을 통해 ‘근참법다운’ 근참법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첫째, 현행 근참법은 ‘사업장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법체계로 거듭나야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였다면, 그 공동체의 운영원리는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든 학교든 공동체의 운영은 그 구성원들의 의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사로 구성된 회사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사업장 민주주의’이다. 특히 회사 내에는 노조 조합원 외에 비조합원인 근로자들도 다수 있다. 이들 모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역시 근참법의 몫이다.

둘째, 현행 근참법은 근로자의 합리적 경영 참가가 가능하도록 개정돼야 한다. 현행법 상의 모호하면서도 복잡한 의무규정들은 대폭 삭제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노사가 회사 경영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근로자경영참가제도는 경영권 침해를 초래하지 않으며, 또 초래해서도 안 된다.

사용자에게 불리할 것도 없다. 오히려 노사 간 정보 공유는 사용자의 경영적 판단과 실행을 수월하게 만든다. 최근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 사태를 예로 들어 보자. 회사가 그럭저럭 잘 운영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달라.”고 하면, 어떤 근로자라도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리해고 근로자들의 분노는 여기에 기인한 바 크다. 그래서 정리해고제도에 대한 입법 개선은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단지 해고규정만이 아니라 근로자경영참가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우리’ 나라, ‘우리’ 학교 등 우리는 서양과 비교하면 유독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노사관계를 대립적인 관계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회사라는 표현은 영 어색하다. 노사가 회사라는 운명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근참법을 통해서다. 근참법은 바로 ‘우리회사 만들기법’인 셈이다. ‘남’처럼 느껴지는 회사에서 노사협력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란 처음부터 기대할 수가 없다. 근참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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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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