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뱅크런(Bank Run) /주병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뱅크런(Bank Run) /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9-20 00:00
수정 2011-09-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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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bank’는 시장 상인의 의자를 일컫는 이탈리아어 ‘banco’에서 유래됐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추수한 농작물을 국고로 거둬들인 게 은행의 발달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고 전해진다. 유럽에서는 1397년 이탈리아의 메디치가(家)가 세운 은행이 가장 유명했고, 잉글랜드 은행은 스코틀랜드인 월리엄 패터슨이 1694년에, 스코틀랜드 은행은 잉글랜드인 존 홀랜드가 1695년에 각각 설립했다. 이후 은행은 돈거래를 위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인식됐고, 미국 은행들은 튼튼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대리석으로 건물을 짓기도 했다.

은행은 신용과 신뢰가 생명인데 이게 무너지면 끝장이다.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은행에 맡긴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기면 예금 인출사태, 이른바 뱅크런(bank run)이 일어난다. 말 그대로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드는 현상을 말한다.

뱅크런의 대표적인 사례는 1907년 미국 뉴욕의 니커보커 신탁회사다. 구리 투기에 나섰다가 실패한 니커보커 회사의 수표를 은행들이 받지 않자 니커보커의 예금자들이 돈을 찾기 위해 몰려들면서 뱅크런이 생겼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와 1980년대 말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도 뱅크런이 발생해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2007년 영국 노던 록 은행과 2008년 리먼사태 등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같은 후유증을 겪었다. 우리는 1997년 종금사 연쇄부도사태로 혼쭐이 났다.

뱅크런 사태를 겪은 뒤에는 금융시스템이 발전되는 효과가 있었다. 1907년 뱅크런 사태는 청문회를 통해 1913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신인 연방준비제도(FRS)를 창설하는 밑거름이 됐고, 1930년 대공황 때는 투자은행과 여·수신은행을 구분하는 ‘글래스-스티브법’이 제정됐다. 그런데 거대 금융세력을 견제하려고 했던 취지와 달리 J P 모건 등 금융세력이 법안의 최대 수혜자가 돼 버렸다. 글래스-스티브법은 1999년 클린턴 행정부와 의회가 66년 만에 폐지했다.

금융위원회가 그제 부실한 상호저축은행 7곳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렸다. 올 초에 이어 2차 뱅크런이 재현될까봐 걱정이다. 예금자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해 주는 예금보험제도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은 고객의 돈을 함부로 굴리지 말고, 예금자들도 이율을 높게 받는 만큼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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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9-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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