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기총/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기총/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1-03-17 00:00
수정 2011-03-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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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음으로 해외에 선교사를 많이 파견하는 나라’ ‘세계 최대의 단일교회 보유국’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성장’…. 세계 기독교계는 한국교회의 성장을 이렇게 부러워한다. 요즘도 대형교회의 주일예배는 어김없이 발 디딜 틈 없는 성황이다. 교회 건물이 줄줄이 헐리고 교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서방에서 볼 때 이 성황은 분명 쇼크일 것이다.

교회사에서도 드문 성장을 이룬 한국 개신교. 이 한국 개신교회를 이끄는 주축은 1989년 설립된 보수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다. 원로목사 10명이 시작, 지금은 국내 66개의 교단과 19개 단체가 뭉친 한국 최대의 교단연합체. 한국교회의 뼈대이자 몸통이라는 이 한기총은 으뜸 모토로 한국기독교의 연합과 한국의 복음화를 내세운다. 진보적 연합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역시 교회 연합을 강조하니 한국 개신교회의 큰 정신은 연합과 일치인 셈이다.

개신교 양대기구가 모두 강조하는 연합·일치의 바탕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다. 어둡고 타락한 세상을 밝히고 정화하는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한 보편의 가치. 그런데 빛과 소금의 우두머리를 자처하는 한기총이 유례 없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연말의 새 대표회장 선임을 둘러싼 대립이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임·신임회장 측 두 패로 갈려 금권선거의 폭로전 끝에 벌이는 법정 소송이 살벌하다. 급기야 관망하던 개신교 단체들이 어제 한기총 해체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비롯한 10개 기독교 단체들로 구성된 ‘한기총 해체를 위한 네트워크’는 연일 한기총을 향해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종교 유착으로 성장한 비정상 기구’ ‘소수 대형교회를 대표하는 기구일 뿐’ ‘더 이상 교회를 욕보이지 말고 스스로 해체하는 게 옳다’…. 일부 인사들이 맞서 자정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체운동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국교회의 뼈대며 몸통의 체면이 말이 아닌 듯하다.

법원은 일단 새 대표회장 인준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개신교계가 18일쯤 있을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소송 판결을 겨누는 눈독이 심상치 않다. 파란의 중심에 선 한기총 새 대표회장은 이 다툼을 의식한 듯 모임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한기총의 위기가 아니라 한기총을 정화하는 한 단계일 뿐이다.” ‘네 이웃의 탄식에 귀 기울이라.’는 말씀과는 먼 것 같은데. 하기야 ‘예수님 말씀만 있고 예수가 없다.’는 탄식이 어제오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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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1-03-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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