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권력자의 말/주병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권력자의 말/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2-26 00:00
수정 2011-02-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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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는 ‘말 속에는 피를 흘리지 않고서도 사람을 죽이는 용이 숨어 있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자의 몸을 살리기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거칠고 독살스러운 말은 그 근거가 약한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고,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조지프 키플링은 ‘말은 말할 것도 없이 인류가 사용한 가장 효력 있는 약이다.’라고 정의했다. 말의 힘이 얼마나 강하고 무섭냐는 얘기다.

말의 힘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강도가 다르다. 아무래도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의 말이 가장 세다고 봐야 한다. 권력자들은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연설로 말의 위력을 과시한다. 2차 대전 당시 “나는 히틀러 말고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네. 그게 프로일세.”라며 스탈린과의 전략적 동맹의 불가피성을 밝힌 윈스턴 처칠, “예의에 어긋나고 군인답지 못한 짓 아닙니까. 군인의 양식을 믿습니다.”라는 길지 않은 연설로 군대와 의회의 충돌을 막은 조지 워싱턴의 연설이 말의 힘을 보여준다.

말의 힘은 더러 섬뜩하다. 1051년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의 연설은 ‘말의 잔혹사’쯤으로 기록될 성싶다. 그는 사촌인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가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자 “고귀한 피의 대가를 톡톡히 되갚아 주겠다.”고 말했다. 16세기 잉글랜드 왕 헨리 8세가 1536년 링컨셔 민중봉기 때 “철저하게 파괴하고 불 지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여 나머지 사람들에게 따끔한 본을 보여라.”고 한 것도 모골이 송연하다. 아돌프 히틀러도 살기 어린 연설이 많았다.

그런데 말의 힘은 오묘하기도 하다. 그리스제국의 황제 알렉산더 3세가 죽을 때 휘하 장수들이 통치권 이양에 대해 묻자 “가장 강한 자에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1914년 세르비아 출신 암살범에게 저격당한 뒤 쓰러지면서 “별일 아닐세, 별일 아니야.”라고 속삭였다. 그 직후 사망했고, 그것이 기폭제가 돼 1차대전이 벌어졌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관상동맥 혈전으로 사망하기 직전 주위 사람들에게 “불을 꺼주게.”라고 했다지 않은가.

“시위대와 싸우다 순교자로 죽을 것이다. 시위대가 약 먹었다.”며 ‘피의 보복’을 외치는 리비아 카다피의 잇단 막말 연설은 어떻게 결론날까. 아무튼 피가 피를 부르는 섬뜩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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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2-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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