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窓] 학생들에게 종교자유를/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생명의 窓] 학생들에게 종교자유를/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입력 2010-04-24 00:00
수정 2010-04-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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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박광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종교사립학교에서의 강제적인 종교교육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광학원이 학생들에게 특정종교 교육을 사실상 강제했고, 종교수업 강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까지 한 것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무신앙 또는 타종교 학생들의 불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여 대체과목 개설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배려가 없어 교육부 고시에도 충실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 2008년 5월 대광학원의 손을 들어줬던 2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특정종교의 교리를 주입하고 의식을 강요하는 종교단체의 신앙 실행의 자유보다 더 본질적이고 상위의 기본권인 학생의 학습권과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던 2007년 10월의 1심과 동일한 취지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2004년 6월 당시 대광고 학생회장이었던 강의석(현재 서울법대 3학년)씨가 1인시위와 단식농성을 통해 ‘예배선택권’을 달라며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한 지 6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고교평준화 제도가 시작된 1974년부터 계산하면 종교사립학교의 강제 선교가 위법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 나오는 데 무려 36년이나 걸린 셈이다.

오랜 세월 관성에 젖은 종교사립학교들이 순순히 방향 선회를 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학교라는 공교육기관에서 더 이상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종교교육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경고임에 틀림없다.

학교에서의 특정종교 강요로 인한 잡음은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도 안양시의 한 고등학교가 매주 금요일 전교생을 인근 교회로 출석시켜 종교수업을 받은 후 학교로 등교하게 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샀던 일이 있다. 언론에 노출되지는 않지만 왕따에 대한 두려움과 전학 강요 등 정신적 고통으로 힘겨운 학교생활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국 2095개의 고등학교 중 종교사립학교 수가 227개나 되니 국민의 10.8%는 좋든 싫든 종교계 학교에 갈 수밖에 없다. 매년 6만여명의 학생들이 입시에 시달리면서 한편으론 종교문제로 피곤해한다면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평준화제도 탓이라 하지만, 학교운영비의 60% 이상을 국고로 지원받는 대가로 학생선발권 제한을 받아들였다면, 학교는 종교와 무관하게 배정된 학생들에게 특정종파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학교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면 과감하게 국고지원을 포기하고 재정 자립의 길을 택하는 게 옳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 받으면서 종교교육 포기는 못하겠다니 ‘단 것은 삼키고 쓴 것은 뱉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싫으면 이사하고 전학 가라.”는 압박도 부당하다. 이사와 전학이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죄 지은 사람처럼 홀로 고통을 감수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의 감독 소홀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아쉽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줘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는 관대하다는 법원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 수십년간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당한 정신적 고통은 거의 교육부의 무감각과 무책임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드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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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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