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구도가 장기·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10여년전 일본이 겪었던 것보다 더욱 심한 경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 경제는 4∼5년전부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면서 회복세로 U턴했다. 기업의 매출이 급격히 신장되고 취업률 또한 경제전성기의 완전고용 상태로 돌아서고 있다. 일본의 저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한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면 우리의 경제회복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에 앞서 기술자로서의 의견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촛불시위를 통해 보기만 해도 우리의 과학기술과 합리적인 사고의 수준은 실망스럽다기보다는 도를 넘었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IT를 비롯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수출 상품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기술개발 투자에 등한했기 때문이다. 정부주도의 연구개발 투자도 효율성 면에서는 문제가 많았다. 원천기술개발을 위해 기초분야에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급격한 경제발전을 거듭한 우리의 현실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경제발전의 주된 역할을 해왔던 대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앞장서기가 어려웠던 것이 우리 사회구조 속에서 또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지금 기업들은 원천기술의 부재를 뛰어넘을 묘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와 원자재 값의 폭등에 이어 잇단 파업이 예고되고 있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끊임없이 절치부심함으로써 후일에 대비하고 생존력을 높여가야 한다. 동서양을 통틀어 과학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국가의 예는 많다. 전후에 프랑스는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에 기반한 공업발전으로 경제가 회복되었으며, 공산당 차원에서 과학기술분야의 연구 강화, 인재 중시 및 창조 시스템을 만들어온 중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2005년에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힘찬 시동을 걸고 있다.
단기간에 극복한 예도 있었지만 장기간에 걸친 전략으로 어려운 상황을 반전의 기회로 삼았던 경우를 돌아보면 예외없이 사람과 기술개발에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도 중요하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함정이 어느 정도의 파도에는 끄덕도 않고 난파의 위기에 다시는 내몰리지 않을 단단한 기초를 다져야 할 것이다.
현재도 귀중한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 및 인력양성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규모로 볼 때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분야의 연구를 잘할 수는 없겠지만 인력에 대한 투자도 신중을 기하여야만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사전적인 의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분석하여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작금의 정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의 경쟁상대인 선진국들은 오래 전에 겪은 진통들을 우리는 뒤늦게 겪고 있을뿐더러 그것도 대단히 심한 강도로 겪어내고 있다. 이제 다시 일어나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과 정부 그리고 기업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을 순서에 따라 하길 바란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대책이다.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지금 기업들은 원천기술의 부재를 뛰어넘을 묘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와 원자재 값의 폭등에 이어 잇단 파업이 예고되고 있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끊임없이 절치부심함으로써 후일에 대비하고 생존력을 높여가야 한다. 동서양을 통틀어 과학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국가의 예는 많다. 전후에 프랑스는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에 기반한 공업발전으로 경제가 회복되었으며, 공산당 차원에서 과학기술분야의 연구 강화, 인재 중시 및 창조 시스템을 만들어온 중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2005년에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힘찬 시동을 걸고 있다.
단기간에 극복한 예도 있었지만 장기간에 걸친 전략으로 어려운 상황을 반전의 기회로 삼았던 경우를 돌아보면 예외없이 사람과 기술개발에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도 중요하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함정이 어느 정도의 파도에는 끄덕도 않고 난파의 위기에 다시는 내몰리지 않을 단단한 기초를 다져야 할 것이다.
현재도 귀중한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 및 인력양성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규모로 볼 때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분야의 연구를 잘할 수는 없겠지만 인력에 대한 투자도 신중을 기하여야만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사전적인 의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분석하여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작금의 정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의 경쟁상대인 선진국들은 오래 전에 겪은 진통들을 우리는 뒤늦게 겪고 있을뿐더러 그것도 대단히 심한 강도로 겪어내고 있다. 이제 다시 일어나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과 정부 그리고 기업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을 순서에 따라 하길 바란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대책이다.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2008-06-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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