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곳 중 5곳 영업익 39% 줄어
부동산 위축에 PF 부실 ‘뇌관’
미분양 늘면 중소형사 더 부담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미래에셋·삼성·키움·NH투자·대신증권 등 6곳 중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5곳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평균 38.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대신증권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25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72억원)보다 62.8%나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도 46.2% 줄어든 1258억원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1589억원)과 삼성증권(1258억원)도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5.2% 줄어든 1991억원으로 예상됐다. 메리츠증권만 유일하게 9.6% 늘어난 20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은 주식시장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감소한 탓이지만, 부동산시장 둔화에 따른 자산 재평가와 운용수익 부진 등도 영향이 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매 반기마다 비시장성 자산을 재평가하는데, 부동산·주식 등이 모두 빠지고 있어 4분기 실적 감소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촉발된 PF 부실이 증권사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분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택통계에서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 8027호로 2021년 12월 말(1만 7710가구)와 비교해 3.3배가량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국토부가 위험선으로 보는 미분양 6만 2000호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이 확대되면 증권사 PF 대출의 상환이 지연되고 담보 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져 대출 채권의 건전성이 악화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미분양 가구수 자체보다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 더 문제”라면서 “이 같은 속도로 계속 미분양 가구가 증가하면 PF 사업장이 어려워진다. 여기에 대출을 한 금융회사도 손실을 많이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공포는 더 커지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동안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 인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단계에서 이뤄지는 고금리 단기대출 성격의 브리지론이나 변제 순서가 밀리는 중후순위 본PF 등에 뛰어들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순위나 후순위처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펀드를 많이 보유하거나 유동화시켜 놓았기 때문에 대형사들과 비교해 이익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3-01-26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