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23일 코스피社 25% 주총, 작년 하루 57% 쏠림 비해 개선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소액 투자자들의 주주총회 참석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주총 분산개최 추세가 뚜렷해졌다. 금융위원회가 ‘자율분산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기업들도 주주권리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정을 조정한 결과다.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19일까지 주총 일정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 331곳 중 84곳(25.3%)이 3월 넷째 주 금요일인 23일에 주총을 열 예정이다. 두 번째로 많이 개최되는 날은 3월 16일로 62개(18.7%) 기업이 주총을 갖는다고 공시했다.
여전히 특정일에 주총이 쏠리는 모습이지만 지난해 3월 24일 413개사(57.4%)가 한번에 주총을 개최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2017년의 경우 두 번째로 주총이 많이 열린 3월 17일(110개사·15.3%)을 포함하면 전체 주총의 70% 이상이 이틀 만에 끝나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3월 23일, 29일, 30일을 집중 예상일로 보고 사전에 안내를 한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면서 “80개사 이상이 신청한 ‘집중일’에 주총을 여는 기업들은 별도의 사유 공시 의무도 갖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협의회가 예측한 집중일 중 23일은 주총이 쏠렸지만 29일, 30일의 경우 각각 3곳(0.9%), 16곳(4.8%)에 그쳐 상장사들이 주총 개최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율분산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사에는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수수료 30% 인하 등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기업별로 보면 각 계열사에 주총 분산 개최를 권고한 한화그룹의 경우 테크윈 3월 23일, 생명 26일, 케미칼 27일, 투자증권이 28일에 주총을 갖는다고 공시했다. SK그룹은 이노베이션이 20일로 가장 빠르고 텔레콤 21일, SK 26일, 하이닉스가 28일에 주총을 열 예정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종목에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주주권 행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산 추세는 긍정적”이라면서 “전자투표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주총이 집중될 경우 주주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8-02-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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