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도 ‘인해전술’… “번호표 뽑고 2시간 기다리세요”

증시도 ‘인해전술’… “번호표 뽑고 2시간 기다리세요”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04-14 23:52
수정 2015-04-1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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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中 주식시장 가 보니

“번호표부터 뽑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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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바오넝빌딩 2층에 있는 인허증권 영업점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들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4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바오넝빌딩 2층에 있는 인허증권 영업점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들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증권사 영업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 골목에 두세 개씩 자리잡은 은행과 대조적이다. 은행은 대부분 목 좋은 건물의 1층에 있는 반면 증권사는 외진 건물의 2층 이상에 입주해 있다. 증권사를 찾는 고객이 적기 때문이다.

14일 오전에 찾아간 인허(銀河)증권 영업점도 차오양(朝陽)구 바오넝(寶能)빌딩 2층에 있었다.

영업점에 들어서자 30여명의 고객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번호표부터 뽑으라고 안내한 여직원은 “죄송합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두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영업점에서 5년 근무했다는 경비원은 “여기에 번호표 발급기를 갖다 놓기는 처음이고, 1층의 자오퉁(交通)은행보다 손님이 더 많은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주가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100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중국인의 재테크에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예금과 부동산만 바라보던 중국인들이 주식시장에 너나없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중국 증시 폭등은 순전히 개인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 것처럼 요즘 중국 증시에선 전인미답의 ‘인해전술’이 펼쳐지고 있다.

인허증권에서 만난 장샤오링(張小鈴·30)은 친구 네 명과 함께 증권 계좌를 개설하러 왔다. 그는 “우선 2만 위안(약 352만원) 정도만 투자할 생각”이라면서 “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해 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소개해 준 종목에 투자해 이익이 실현되면 20%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인터넷에서는 ‘라오후거’(老虎哥·호랑이 형님)라고 불리는 주식의 귀재들이 유망 종목을 찍어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인허증권 직원 리다샤오(李大宵)는 “하루에 100여명이 계좌를 개설하는데 1980~1990년대생이 가장 많다”면서 “이들은 펀드 등의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상하이(上海)와 선전(深?) 주식시장에서 새로 개설된 계좌는 1373만개에 이르렀다. 이 중 30세 이하의 비중이 37.7%나 됐고 50세 이상은 13.9%에 머물렀다. 정보기술(IT)기업과 금융사가 밀집해 있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위치한 중신(中信)증권 영업점에도 신규 고객이 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지점은 최근 계좌 개설 전용 창구를 3개나 새로 설치했다. 복도 건너편 사무실에서는 상담원 수십명이 주식 매매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실내디자인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저우쥔(周軍·36)은 “부모님과 형은 이미 주식을 하고 있고, 나는 오늘 처음으로 증권사에 왔다”면서 “집을 두 채 보유한 부모님이 요즘 한 채를 팔아 주식에 투자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중신증권의 애널리스트 아이쉐펑(艾學峰)은 “묻지마 투자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성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확고해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 13일 1개의 증권 계좌만 허용하던 규정을 고쳐 개인 혹은 기관 투자가들이 계좌를 20개까지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중개수수료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4-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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