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건축왕’ 사기 피해 급증
피해액 120억→500억대로 늘어2년 전 광풍 갭투자 하반기 만료
부동산 침체로 보증금 떼일 우려
尹 “약자 범죄, 정부 대책 검토”
얼마나 더 세상 등져야 합니까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장이 피해자 영정 그림을 들고 있다. 2023.4.18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 공간
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 전세사기 피해를 겪다 숨진 20∼30대 청년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3.4.1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사건을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고 규정하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전세사기 피해 물건에 대한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시행하도록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또한 “우선 경매 제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천지검은 이날 건축왕 공범 50여명에 대한 여죄 수사 결과 인천 미추홀구에 몰린 피해 가구가 건축왕 기소 당시 161가구에서 800여 가구로 늘고, 피해 금액 역시 120억원대보다 큰 500억원대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건축왕과 공범 9명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범죄 혐의 때문에 기소돼 재판받고 있었는데, 추가 수사 결과 기소된 이들 외에 40여명의 공범이 2021년부터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3명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자들이었다.
전세사기 피해를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자 “난 의지할 부모님도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의 집 앞에 18일 누군가 가져다 놓은 꽃다발이 보인다.[연합뉴스]
‘전세사기 구제방안 촉구’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4.18 연합뉴스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관련 피해가 확산되면서 이날 주로 인천 지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65개 시민·사회단체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춘 정부 대책 및 법령 재정비를 촉구했다.
당정대의 대책 마련 움직임도 빨라졌다. 윤 대통령은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해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를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감독원과 5대 시중은행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피해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경매 중단 조치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금융기관이 채권(대출금) 확보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경우 일정 기간 매각 기일을 연기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단 전세사기 피해자가 선순위 채권자인 경우에는 경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유리하고, 경매에 참여해 주택을 낙찰받으려는 피해자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경매 일시 중단을 원하는 피해자 위주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 촉구하는 시민사회대책위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65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는 ▲깡통전세 공공매입 및 피해 임차인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전세가격(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촉구했다. 2023.4.18 연합뉴스
65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는 ▲깡통전세 공공매입 및 피해 임차인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전세가격(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촉구했다. 2023.4.18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합동 추모제
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합동 추모식을 열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이른바 ‘건축왕’ 일당의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졌다. 2023.4.18 연합뉴스
하반기 전망은 더 심각하다. 전세사기뿐 아니라 깡통전세 피해까지 닥치며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년 가을부터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해 부동산 광풍이 불며 급증한 무자본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의 전세만기일이 도래해서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은 내년 상반기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건축왕 일당들이 활동한 인천 미추홀구뿐 아니라 서울 강서구 등 다른 지역, 수도권을 넘어 부산·광주·경북 포항 등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접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피해 가구 및 규모가 수만건,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지켜 주기 위해 지난 2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 기준을 높였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최우선변제금의 소액 임차인 기준은 서울 1억 6500만원, 광역시 8500만원 이하로 상향됐고 변제액도 서울 5500만원, 과밀억제권역 4800만원 등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최우선변제금은 해당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 계약 갱신 시 보증금을 올려 소액 임차인 기준보다 높아지면 우선 변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사각지대가 생겼다.
계약 주의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4.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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