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35년 묵은 낡은 규제 손질
尹정부, 친기업 규제개혁 첫 추진
형벌 의존 경제법령 개선 맞닿아
기업 투자 늘고 일자리 확대 기대
총수의 감춰 둔 사실혼 관계 공개
재계 “사생활 침해 소지·규제강화”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 축소, 사실혼 배우자의 친족 포함 방안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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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날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 내’에서 ‘혈족 4촌, 인척 3촌 내’로 축소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에 대해 상호 출자와 총수 일가 사익 편취를 금지하고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데, 친족 범위는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으로서 규제를 받는 계열사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친족 범위가 좁아질수록 동일인은 계열사 현황을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친족 범위 축소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형벌 의존적인 경제법령을 개선하는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공정거래법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범위 내 친족의 주식 소유 현황 등 지정 자료를 공정위에 내지 않고 누락했다는 이유로 총수가 검찰에 고발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는 일이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와 학계에선 행정기관도 아닌 기업에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한국 특유의 규제인 점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외국인의 총수 지정 신설 조항’을 삽입하지 못한 데서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 국적인 김범수 쿠팡Inc 의장의 총수 지정을 못 하고 있는 공정위가 이 조항 신설을 추진하자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최혜국 대우’ 조항에 위배된다며 시행령 개정을 저지했다.
한편 새 정부의 기조와 재계 등의 반발을 의식한 끝에 35년 만에 처음으로 친족 범위를 바꾸면서도 공정위는 먼 친족에게 지정 자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예외 조항을 삽입했다. 즉 앞으로도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이 동일인 측 회사의 주식 1% 이상을 보유하거나 채무보증 관계에 있을 경우엔 친족으로 취급받게 된다.
2022-08-11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