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나선 洪 “손실보상, 오늘 방안·내일 입법·모레 지급 아냐”

반격 나선 洪 “손실보상, 오늘 방안·내일 입법·모레 지급 아냐”

임주형 기자
입력 2021-01-27 22:14
수정 2021-01-2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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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전락한 기재부

文, 홍남기 신임한다며 민감 사안 침묵
‘홍두사미’ 등 소신 없는 곳간지기 낙인

“지금 상황선 洪 아닌 누가 와도 마찬가지
여당도 권력에 취하지 말고 ‘선’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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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청와대가 확실한 불신임 신호를 보냈다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직’을 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냈을 건데, 신임한다면서 정작 민감한 사안엔 침묵하거나 여당의 손을 들어 주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우유부단과 ‘윗분의 뜻을 거스리지 않는다’는 태도가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정치권과 맞붙었던 홍 부총리는 정세균 총리에 이어 청와대까지 여당에 힘을 실어 주자 굴복했다. 지난해 11월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 강화 논란 때도 비슷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은 즉각 반려했다. 소신을 지키지 못한 곳간지기로 낙인찍힌 홍 부총리는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라는 오명이 붙었다.

전 전 부총리는 “(청와대가) 홍 부총리 사표를 반려했다는 건 기재부 정책을 수용하겠다는 의미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재정 당국 입장을 더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재부 장관이 단순 장관직이 아닌 ‘경제부총리’ 직책인 것은 부총리의 의견을 내각이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홍 부총리를 불러 예산이 얼마이고, 어느 정도 여력까지 가능한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여당이 권력에 취하지 말고 스스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현정택(행시 10기)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민주주의 발전으로 정치권의 역할이 강화됐지만 (경제관료의) 전문성을 지켜줘야 하는 선은 여전히 있다”며 “(여당의 힘이 막강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홍 부총리가 아닌 누가 와도 (끌려다니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여당의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지급과 관련해 “손실보상 문제는 제도화 방법과 대상, 기준, 소요, 재원, 외국 사례 등을 짚어봐야 해서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오늘 방안을 마련하고, 내일 입법한 후, 모레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여당의 일방통행에 맞서 곳간지기로서 ‘따질 건 따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21-01-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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