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사도 월세는 못 낸다… 4개월짜리 ‘2조 소비쿠폰’의 한계

쌀은 사도 월세는 못 낸다… 4개월짜리 ‘2조 소비쿠폰’의 한계

입력 2020-03-04 23:20
수정 2020-03-0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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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추경’ 11조 7000억의 20% 육박

저소득·노인 등 취약층 500만명에 지급
6월까지 한시적… “공급자 마인드” 비판
전문가 “재난소득 형태로 현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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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통 시장과 지역 상권에서만 쓸 수 있고 사용 기간이 4개월도 안 되는 소비쿠폰을 ‘코로나 추경’의 핵심 대책으로 내놨다. 당장 일자리가 끊겨 현금이 필요한 소득 최하위층의 맞춤 대책이라기보다 내수 활성화를 감안한 ‘공급자 마인드’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쿠폰으로 쌀과 라면 등을 살 수 있지만 월세나 관리비, 전기세, 병원비 등 현금성 지출이 필요할 땐 무용지물이 된다. 이렇다 보니 소비쿠폰이 풀리면 바로 불법 현금 할인인 ‘깡’이 유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4일 세출 8조 5000억원, 세입 3조 2000억원으로 구성된 11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다. 세출 추경 사업 중 가장 큰 게 총 500만명에게 주는 소비쿠폰 발행 사업이다. 정부는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자에게 이달부터 4개월간 매월 최대 22만원어치의 소비쿠폰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아동수당 수령자에게도 4개월 동안 10만원어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가 보수의 30%를 상품권으로 받으면 보수의 20%를 추가로 지급한다.

문제는 소비쿠폰의 활용도가 떨어져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 효과가 낮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진환자 폭증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소비쿠폰의 경우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게 불가능하다. 사용 기간도 오는 6월 말까지로 짧은 것도 한계다. 특히 피해가 가장 심각한 대구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이 발행되지 않고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꺾인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소비쿠폰을 나눠 줘도 사용하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아동수당 지급 대상자에게 주는 소비쿠폰은 효과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에 한정해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현금을 주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생필품을 사기도 어려운 소득 최하위층이나 폐업 직전인 소상공인, 단기 일자리가 끊긴 알바생에게 2개월간 현금을 주는 방안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지금은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20-03-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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