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열고 ‘제2 창업’ 선언한 아버지와 대비
이재용 “어깨 많이 무거워져...응원 부탁드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국내 최대 기업의 회장으로 오르면서도 별도 취임 행사나 메시지 발표 없이 조용히 직무를 시작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대내외 경영 환경 악화를 고려한 이 회장의 결정이라는 시각이 나온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공판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지난 2012년 부회장에 오른지 10년 만이다. 2022.10.27/뉴스1
이 회장의 조용한 취임은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이 19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며 “이미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별도의 취임 관련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실제로 2014년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며 삼성을 이끌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지정한 바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주도 아래 ▲ 2018년 180조 투자·4만명 채용 발표 ▲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 올해 미래 먹거리 분야 5년간 450조원 투자·8만명 신규 채용 계획 발표 등을 진행해 왔다.
삼성바이오 시설 점검하는 이재용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인천 연수구 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제4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아울러 글로벌 경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 개인의 성품 등도 ‘조용한 취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사례를 봐도 대부분 별도 행사 없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2020년 10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며 별도 행사 없이 사내 방송을 통해 글로벌 구성원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6월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에서 회장 직함을 받았으며, 이사회 인사말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롯데그룹은 2011년 2월 정기 임원인사 발표 때 신동빈 회장의 회장 취임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