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제 159개 품목 영향 커…무디스 “기업 신용도 부정적”

일본 통제 159개 품목 영향 커…무디스 “기업 신용도 부정적”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9-08-02 17:54
수정 2019-08-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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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2일 대구 달성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원료가 들어간 부품 재료의 재고량을 확인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2일 대구 달성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원료가 들어간 부품 재료의 재고량을 확인하고 있다.
일본이 2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일본 측 조치에 따라 159개 품목에 생산 등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맞춤형 대응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일본 측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이날 정부 등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통제 가능 물자는 모두 1194개이다. 전략물자 1120개와 상황허가 물품 74개 등이다. 이중 화이트리스트 제도와 무관하게 현재도 건별 허가를 내주는 263개 민감물자를 제외한 931개 물자를 495개 품목 단위로 통합하고,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일본에서 생산하지 않는 품목과 대체수입이 가능한 품목 등을 제외한 결과 159개 품목을 추렸다.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이들 품목들은 포괄허가에서 건별허가로 변경이 된다. 포괄허가 때 최초 허가 뒤 3년 간 허가가 유지되지만 개별허가는 품목건 별로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기업별 시간과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공급망 안정망 저해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제출서류는 2종에서 최소 3종으로 확대되고, 심사기간은 ‘즉시’에서 서류보완 기간을 빼놓고도 90일 정도 추가로 소요된다. 이에 따라 기존처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더라도 심사 지연과 허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공급망 안정성이 저해될 전망이다. 또한 기업별로 대체 공급처 확보의 부담이 커지는데다 대체 때 비용 증가와 품질 저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일의존도가 낮고 국내외 대체 공급처 확보가 가능한 품목은 공급처 다변화 등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관이 어렵고 연속공정에 필수적인 소재·부품은 적기에 조달이 되지 않을 경우 관련 업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D램 반도체 등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글로벌 공급망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의 수출 통제로 대체국에서 해당 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기존 관세를 40%포인트 내에서 경감해주는 할당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어 국세납기를 연장, 징수를 유예하며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고 세무조사를 유예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소재,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단기 공급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출규제 관련 품목 반입시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고, 159개 관리대상 품목에 대해서는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수입신고 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기업이 새로운 해외대체 공급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조사비용 중 자부담을 50% 이상 경감하고 대체수입처 확보를 도와주는 거점 무역관을 지역별로 지정하는 등 현지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국제신평사 무디스는 이날 일본의 조치가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대상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이외에 여타 품목으로 확대됐다”며 “한국 기업들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수출 통제가 단순히 행정적 차원의 소재 공급 지연에 그치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고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당사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한국 기업은 대부분 핵심 소재 재고를 단기적으로 무리 없이 대처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산업은 소재의 일본산 의존도가 높고 일본 이외 지역에서 질이 비슷한 소재를 충분히 조달하는 게 쉽지 않아 유의미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철강, 석유화학, 정유 산업은 일본 이외 지역에서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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