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노조 “명백한 성차별… 회사·정규직 노조 외면” 비판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3%뿐사측 “여성 고의 배제 아니다”
지난 5년간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1500여명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와 정규직 노동조합이 여성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내하청 직원에 대한 우대 채용과 법원 판결에 따른 특별 채용으로 진행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가 완전히 배제됐다”며 이는 명백한 성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아차가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했다’는 법원 판결 이후 노사는 2016년 10월 사내하청 노동자의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2013년부터 사내하청 직원에 대한 우대 채용까지 포함하면 모두 15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비정규직지회는 “1500여명 중 여성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올해도 사측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실적이 없는 회사와 함께 최근엔 정규직 노조가 여성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는 지난 1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기아차는 여성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노조는 지난 25일 공보물을 통해 “여성 채용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여성 채용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3월 고용부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으며, 지난달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성노동자의 고용 비율이 산업 평균의 70%에 미달하는 회사에 적극적인 고용 개선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올 1분기 기준 기아차 전체 직원(3만 4670명) 중 여성 인력은 1041명(3.0%)에 그쳤다.
기아차 측은 “생산라인 수요와 개개인의 역량을 고려해 인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여성을 일부러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여성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8-06-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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