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개발자회의’ 빅스비 2.0 발표

AI랩 ‘비브랩스’ 기술까지 통합
자연어 인식 능력-연결·개방성↑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일원화
내년 출시 스마트 TV에 탑재“하이 빅스비, 우리 딸의 요즘 사진 좀 찾아 줘.”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7’이 개막한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컨벤션센터. 무대에 오른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가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에 말을 하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가 클라우드에 올라 있는 데이터를 검색해 이라크 파병 미군으로 근무 중인 이 부사장의 딸을 찾아냈다.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줘”라고 요청하자 그대로 실행했다.

‘연결된 사고’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전작 ‘빅스비 1.0’에서 한 단계 진화한 ‘빅스비 2.0’을 발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AI 개발업체 비브랩스의 기술까지 통합해 자연어 인식 능력을 높이고, 연결성·개방성을 확대한 게 최대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되는 스마트 TV에 빅스비 2.0을 탑재할 계획이다. 빅스비의 영역을 가전 등 사물인터넷(IoT)으로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빅스비 1.0이 스마트폰에서 사용자 환경, 맥락을 이해해 동작했다면 빅스비 2.0은 어느 제품에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랩스 창업자는 회의에서 “빅스비는 모든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딥러닝을 통해 사용자를 학습하면서 더 개인화된 AI 비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조연설에 나선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도 “삼성전자는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서로 연결, 소통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더욱 혁신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삼성 커넥트’, ‘아틱 클라우드’로 나뉘어 있던 IoT 서비스를 스마트싱스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또 빅스비 2.0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모든 개발자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와 경쟁할 AI 비서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AI 비서 분야의 후발 주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업체를 따라잡으려면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IoT와 AI가 접목되는 ‘프로젝트 앰비언스’도 시연했다. 스피커나 램프 전구에 연결하는 지름 5㎝ 크기 스마트 기기로, 연결된 가전제품을 AI 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아직 콘셉트 단계이나 앞으로 칩셋, 동글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