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관악·구리 등 매매가 떨어져…매물 쌓이기도
“비수기로 인한 일시적 하락인가, 공급과잉·가계부채관리 등 악재로 인한 대세 하락의 시작인가”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단지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호가가 떨어지고 매물이 늘고 있지만 거래는 예전처럼 잘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데다 미국 금리인상과 가계부채관리방안에 따른 대출규제 강화를 앞두고 주택시장이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서울·수도권도 가격 하락 시작…매물 쌓이는 곳도
29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노원구와 관악구의 아파트값은 각각 0.03%, 0.06% 하락했다.
이들 지역의 주간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강동구는 6천가구에 육박하는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추가부담금 증가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2주 연속 하락세다.
또 강남구와 금천·서대문·용산·중구 등 5개구는 보합 전환했고 나머지 상승한 지역도 지난달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둔화됐다.
지방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부터 대전·세종·강원·경북·충북·충남 등 상당수 지역에서 매매가격 하락이 시작됐지만 서울·수도권에서 마이너스 변동률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중순 이후다.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은 노원구의 경우 최근 매수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해 거래가 뜸해졌다.
노원구 월계동 미성 아파트 전용면적 50.14㎡의 경우 2주 전 2억6천만원에서 지난주 조사에선 2억5천500만원으로, 삼호3차 전용 59.22㎡는 3억1천500만원에서 3억1천만원으로 500만원씩 각각 하락했다.
상계동 88공인 김경숙 대표는 “매물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들어 매수세가 끊겼다”며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면적 68㎡는 지난달 2억9천만∼3억원에 팔렸으나 지금은 이 가격엔 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셋값이 비싸다보니 대출을 받고 많이들 구입했는데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산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은 전세도 지난달에 비해 1천만원 정도 가격이 내렸다”고 덧붙였다.
관악구 역시 매매 거래가 크게 줄었다. 봉천동 관악현대 전용 68.8㎡는 2주 전 3억4천500만원에서 지난주 3억4천만원으로 500만원 떨어졌다.
신림동 서울부동산 이종법 대표는 “관악구 신림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9∼10월에 20가구 정도 거래됐는데 이달 들어선 5∼6가구로 줄었다”며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거래도 잘 안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도 아파트값 하락지역이 등장했다.
구리시의 경우 2주전 0.02%로 경기지역을 통틀어 올들어 첫 하락세를 기록한 뒤 지난주에도 0.03% 하락하며 2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구리 교문동 한성아파트 전용 71.79㎡는 2주 전 3억2천만원에서 지난주 3억1천만원으로 1천만원 내렸다.
안산시의 아파트값도 지난주 올해 들어 처음으로 0.02% 하락했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경기도 28개 시 가운데 지난주 절반에 가까운 13개 시의 아파트값이 보합세로 돌아섰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리시 토평동 코아부동산합동공인중개사무소 유연심 대표는 “이달들어 매물이 늘고 있는데 거래가 잘 안되면서 물건이 쌓이고 있다”며 “지난달과 달리 관망세가 두드러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거래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7일 현재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9천281건으로 지난달(1만1천670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최근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노원구의 경우 27일 기준 916건이 거래되며 지난달에 비해 29.4% 줄었고 관악구도 지난달 378건에서 272건으로 28% 감소했다.
동작구는 지난달 696건에서 11월 현재 403건(-42.1%), 강서구는 909건에서 598건(-34.2%)으로 각각 줄었다.
◇ 비수기에 대출 규제 강화 등 ‘악재’…내년 ‘상저하고(上低下高)’ 가능성
서울·수도권 아파트도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된 것은 일단 주택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
가을에 이사를 하려는 수요자들이 8∼9월에 상당수 계약을 마치면서 최근엔 찾는 사람이 감소한 것이다. 최근 전세 거래가 줄면서 매매시장이 덩달아 약세를 보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심리적 요인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올해 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중에는 국내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내년부터 가계부채관리방안이 시행돼 대출 소득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원리금 분할상환 대상이 늘어날 경우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주택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이 늘었다.
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주택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좌우하는 시장”이라며 “대출 강화와 무관한 사람들도 거래량이 감소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일단 관망하지 집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3∼5년간의 거치기간을 일종의 ‘버퍼’로 이용했는데 내년에 원리금 분할상환이 확대되면 그 기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져 주택구입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주택 인허가 및 분양 물량 증가와 2017년 이후 입주 물량 증가 등 공급과잉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심리적인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은 물론 김포·파주·광주·용인 등 수도권 신규 분양 시장에서 청약 미달과 미계약이 증가하는 등 ‘경고등’이 켜진 것 역시 주택시장에 악재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가계부채 대책 시행을 앞두고 올해 말에 반짝 거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얼마나 증가할지 미지수”라며 “오히려 내년 최소 1분기까지는 거래 절벽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집값을 놓고 지난달까지는 ‘상고하저(상반기 상승, 하반기 하락)’를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았으나 최근엔 ‘상저하고(상반기 하락, 하반기 상승 내지 보합)’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등 집단대출은 비거치식 분할상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청약시장만 혼자 좋을 수가 없다”며 “과도한 대출 규제는 신규 분양시장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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