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4월 이후 교체 주기가 다가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S1~3, 노트1~2)만 6300만여대로 추정된다. 출고가 90만~100만원대의 고가제품들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SA) 전망치를 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33%)보다 뚝 떨어진 15% 정도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율이 높은 북미지역의 올 성장률은 9%, 서유럽은 8%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스마트폰 3대 중 1대가 삼성폰일 만큼 글로벌 선두업체인 삼성전자는 갤럭시 S5로 수성을 자신한다. 이 폰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주목을 받았다. 갤럭시 S5는 1600만화소 카메라·심박 센서·방진방수 등의 최신 기능을 더했지만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 싼 80만~90만원대로 알려졌다. 알뜰폰 등 중저가 폰으로 돌아설 소비자까지 다 잡겠다는 속내다.
애플도 지난해까지 고수해 오던 ‘고가폰 전략’을 접고 보급형인 아이폰5C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도 기존 ‘한 손에 쥐는 폰’ 전략을 폐기하고 대화면폰을 내놓을 전망이다.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깰 만큼 시장 상황이 급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출시 관행도 깨질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갤럭시 고객의 교체 수요를 고려해 4월에 제품을 미리 출시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성장률 정체 못지않게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닌 중국의 도전이 양강에겐 위협적인 요소다. MWC 2014에서 삼성전자 IM부문장 신종균 사장의 발언은 그래서 심상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업체를 얕잡아보는 일이 많은데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신 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중국 경계론을 폈다. 신 사장 발언 다음 날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쉬는 “우리는 지난해 유럽과 아시아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미국으로 초점을 옮길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대 거인(삼성전자와 애플) 밑에서 싸우는 수많은 업체와 경쟁할 것”이라고 했지만 양강체제를 허물지 않고서는 글로벌 메이커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긴 어렵다. 모토롤라를 인수한 레노버와 세계 3위 메이커를 선언한 LG전자 역시 시장쟁탈전에 가세했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실장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사실 불리한 환경”이라면서 “타 스마트폰과 성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갤럭시 S5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3-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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