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잡스·젠슨 황 왜 없나… 한은 “단기성과 급급, 똑똑한 이단아 못 키워”

한국판 잡스·젠슨 황 왜 없나… 한은 “단기성과 급급, 똑똑한 이단아 못 키워”

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입력 2024-05-26 18:26
수정 2024-05-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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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혁신기업 생산성 10분의1로
실패에 부정적인 사회·교육 꼬집어
“고위험·고수익 혁신활동 장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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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젠슨 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혁신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이른 창업으로 글로벌 지식정보 기업을 일궈 낸 천재 최고경영자(CEO)이자 학창 시절 ‘아웃라이어’(Outlier·평균선에서 벗어난 사람)로 불리던 이단아였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런 ‘똑똑한 이단아’를 길러 내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우울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 ‘혁신기업’의 생산성이 10분의1로 급감한 문제를 지적하며 그 배경에 기술 진보에 있어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똑똑한 이단아’를 육성하지 못하는 사회 및 교육 환경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교 1등=의대 진학’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되새겨볼 만한 지적이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26일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활동 분석 및 평가’ 중장기 심층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2022년)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2020년)가 각각 세계 2위와 4위를 차지했지만 기업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전체 R&D 지출의 95%를 차지한 대기업의 특허 건수는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생산성을 보여 주는 질적 지표인 ‘특허 피인용 건수’가 국내 중소기업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로 대기업이 제품 조기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치중하느라 기술 혁신을 위한 장기 기초연구에는 소홀했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전체 연구비 대비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줄었다.

한은은 한국판 잡스나 젠슨 황이 나타나기 힘든 한국의 현실도 지적했다. 성원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미국의 성공한 창업가는 주로 틀에 얽매이길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였지만 한국은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단아가)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5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의 교육과 취업 상황을 매년 추적한 결과 전체 표본의 1.6%를 차지하는 ‘한국의 똑똑한 이단아’ 집단은 3%만이 창업을 택했다.

그 결과 미국 시가 총액 상위 7위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등 정보기술(IT) 기업인 반면 한국은 1990년대 이전 설립된 대형 제조사가 대부분이라는 차이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기회를 다원화하는 사회구조 변화를 통해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여 주고 고수익·고위험 혁신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교육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4-05-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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