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과속스캔들… 자산시장 딜레마

뭉칫돈 과속스캔들… 자산시장 딜레마

입력 2021-01-17 21:32
수정 2021-01-18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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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 금리 올려 과열 식히자니 실물 경제가 걱정
정부 : 주가 하락 땐 뭉칫돈 부동산 갈아타기 우려
개미 : 집 못 살 바엔 고점 논란 있어도 주식 투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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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불을 뿜다가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주식시장과 공급물량 확대를 둘러싼 부동산시장을 두고 중앙은행과 정부, 정치권, 개인투자자 모두 딜레마에 빠졌다. 너무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위험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긴축 정책을 펼 순 없다. 빈대 잡으려다 실물경제라는 초가삼간마저 태울 수 있어서다.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로 시장의 자정능력을 끌어올리고 싶지만 동학개미의 반발이 거세 선택이 쉽지 않다. 쏠렸던 증시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유턴하는 것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부동산시장에서는 공급물량 확대 방법론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은 “과속 땐 작은 쇼크에도 흔들” 경고뿐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 8일까지 37.0%(2300.16→3152.18) 올랐다. 조정을 거쳐 지난 15일에는 3085.90까지 떨어졌지만, 두 달 동안의 상승 폭은 30%를 웃돈다. 한국은행도 증시 과열을 우려하고 있지만 내놓은 건 구두 경고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과속을 하면 조그마한 쇼크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자본시장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 유동성 긴축 신호를 보내지만 실물경기에 충격을 줄 수 있어 꺼내지도 못했다.

●전문가 “우량주 위주로 매달 적립 투자를”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하는 당정은 동학개미 눈치를 보느라 공매도 재개를 놓고 갈팡질팡이다. 4월 보선을 앞둔 여당은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공매도 재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원칙적으로 재개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과 여당의 압박이 부담스럽다. 혹시라도 주가가 가라앉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뿐더러 자산시장의 다른 한 축인 부동산시장에 뭉칫돈이 흘러 들어가는 걸 더 우려한다.

개인투자자도 난처하다. 예적금 금리는 0%대로 너무 낮은데 부동산은 워낙 비싸고 규제도 강화돼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주식이라 고점 논란이 있어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낮은 금리에 비해 주식 배당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주식은 앞으로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과평가 구간에서 많이 사기보다 매달 우량주 위주로 조금씩 사는 게 수익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 양도세 완화 등 선택 어려워

부동산시장에선 강남·여의도 재건축과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처럼 물량과 세금에서 옥죄어 놓은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결이 달라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기존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용적률 상향을 통한 초고밀 개발 외에는 획기적인 공급 확대책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구입 자금이 부족한 젊은층은 현재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면서 “현 정권의 부동산 철학과 반대되더라도 세금과 재건축 규제를 풀어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1-01-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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