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잠재성장률까지 낮춰… ‘장기 저성장’ 우려 증폭

한은, 잠재성장률까지 낮춰… ‘장기 저성장’ 우려 증폭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19-07-18 22:26
수정 2019-07-1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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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내년 잠재성장률 2.5~2.6% 추정

소비자 물가 전망치도 0.4%P 하향 조정
생산가능인구도 줄어 경제체질 개선을


한국은행이 18일 잠재성장률 추정치와 물가상승률 전망치까지 큰 폭으로 낮춘 것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흐름마저 어두워졌다는 신호다. 장기적인 저성장·저물가에 대비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19~2020년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2.6%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이 2017년 내놓은 2016~2020년 중기 추계보다 연평균 0.3% 포인트 낮춘 수준이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있고, 그 결과 잠재성장률의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 위기감을 더한다. 여기에 성장 동력의 확충이 더딘 데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무역 활로까지 막히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1.1%에서 0.4% 포인트 낮춘 0.7%로 조정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이는 소비 부진과 경기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저성장과 저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보수적 성향이 강한 한은이 우리 경제의 장기 전망을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라면서 “총수요가 낮아져서 물가도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총재 역시 이날 대안으로 “금리정책 외에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경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수출 경쟁력 증대를 위해 환율 상승을 유도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반대가 만만찮다.

김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비롯해 부작용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은 데다 확장적 재정정책도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면서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규제 완화나 조세감면 정책, 소비세 인하 등의 정책과 함께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일본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07-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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