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김범석 쿠팡 대표를 만날까. 쿠팡 홍보 관계자는 “이번 방한 일정에서 김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30억 달러(약 3조 3000억원)를 투자한 최대 주주다.
손 회장의 쿠팡 투자는 2015년 10억 달러로 시작했다. 앞서 쿠팡은 2014년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VC)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1억 달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으로부터 3억 달러를 각각 유치했다. 손 회장의 투자규모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비전펀드 설명회에서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한국의 전자상거래에서 압도적인 1위 회사로 급성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최대주주이지만 쿠팡을 더욱 강도높게 뒷받침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설명회 이후 20억 달러 투자 결정이 이뤄졌다.
반면 쿠팡의 실적은 처참하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 4227억원(연결 기준)에 영업손실 1조 9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률이 24.8%로 4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팔면 1000원씩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매출액 4조원은 국내 전자상거래업체 중 최대 규모 매출이다. 그럼에도 1조원이 넘는 적자는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 때문이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상품 직매입 비중을 늘려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8월부터 일반인이 자기 차량을 이용해 배송하는 쿠팡플렉스, 최근에는 음식배달 쿠팡이츠, 신선식품을 자정 전에 주문하면 새벽 7시까지 배달하는 로켓프레시도 시작했다. 이런저런 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라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의 김 대표는 “소비자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이 들 때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의 꿈이 실현되기에는 국내 시장의 강자가 많다. 2015년 ‘샛별배송’으로 새벽 배송 전쟁을 시작한 마켓컬리는 지난 5월 중국의 힐하우스캐피털로부터 350억원을 투자받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전통 유통업체인 이마트도 쓱배송을 강화하고 있는 등 현재 유통업계는 치킨게임 상태다. 유통업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업체가 시장을 전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의 유통시장은 독특하다.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는 한국에 진출했으나 철수했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이 국내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는 아무도 모른다. 치열한 경쟁에 소비자들은 혜택을 누리니 이를 반겨야 할까. 언젠가 업체의 어려움이 누적돼 서비스 축소로 다가올지 않을까 불안하긴 하다.
논설위원 lark3@seoul.co.kr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11월 도쿄 본사를 찾은 김범석 쿠팡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쿠팡 제공
쿠팡 제공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비전펀드 설명회에서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한국의 전자상거래에서 압도적인 1위 회사로 급성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최대주주이지만 쿠팡을 더욱 강도높게 뒷받침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설명회 이후 20억 달러 투자 결정이 이뤄졌다.
반면 쿠팡의 실적은 처참하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 4227억원(연결 기준)에 영업손실 1조 9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률이 24.8%로 4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팔면 1000원씩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매출액 4조원은 국내 전자상거래업체 중 최대 규모 매출이다. 그럼에도 1조원이 넘는 적자는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 때문이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상품 직매입 비중을 늘려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8월부터 일반인이 자기 차량을 이용해 배송하는 쿠팡플렉스, 최근에는 음식배달 쿠팡이츠, 신선식품을 자정 전에 주문하면 새벽 7시까지 배달하는 로켓프레시도 시작했다. 이런저런 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라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의 김 대표는 “소비자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이 들 때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의 꿈이 실현되기에는 국내 시장의 강자가 많다. 2015년 ‘샛별배송’으로 새벽 배송 전쟁을 시작한 마켓컬리는 지난 5월 중국의 힐하우스캐피털로부터 350억원을 투자받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전통 유통업체인 이마트도 쓱배송을 강화하고 있는 등 현재 유통업계는 치킨게임 상태다. 유통업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업체가 시장을 전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의 유통시장은 독특하다.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는 한국에 진출했으나 철수했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이 국내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는 아무도 모른다. 치열한 경쟁에 소비자들은 혜택을 누리니 이를 반겨야 할까. 언젠가 업체의 어려움이 누적돼 서비스 축소로 다가올지 않을까 불안하긴 하다.
논설위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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