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쓸 줄 알면 기다렸겠나”… 파업 희생양은 고령층 고객

“ATM 쓸 줄 알면 기다렸겠나”… 파업 희생양은 고령층 고객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19-01-08 17:46
수정 2019-01-09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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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총파업 국민은행 가보니

일부 영업점은 일반 통장 개설도 못해
“대출업무, 거점점포로 가세요” 안내만
대기 인원 몰리던 점심시간에도 한산
“은행은 신뢰가 생명… 빨리 정상화돼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8일 서울의 한 지점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1차 파업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흘간 2차 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8일 서울의 한 지점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1차 파업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흘간 2차 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저희 지점 창구에서는 입출금 업무만 가능합니다.”

19년 만에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한 8일 국민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혼란을 겪었다. 국민은행은 “문을 닫은 영업점은 없고 거점점포(411곳)가 아닌 영업점에서는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대출, 수출입·기업 금융 업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일부 영업점은 일반 통장 개설도 할 수 없어 사실상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했다. 이날 거점점포가 아닌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점은 기존 영업점 직원들이 모두 파업에 참가해 40~50대 본사 직원 4명이 6개 창구를 지켰지만 입출금만 가능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사 직원을 지점에 파견했지만 대출 상담은 담당 직원이 있는 데다 이전 상담 내용을 알지 못하면 정확한 업무 처리가 어려워 거점점포에서만 대출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거점점포도 인원이 부족해 정상 운영되지 않았다.

기존 인력의 절반만 출근한 거점점포인 서울 서초구 이수역점을 찾은 한 60대 남성은 “창구를 이용하려고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겨우 내 차례가 왔는데 행원이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발급은 디지털셀프존 수수료가 창구보다 3000원 싸니 ATM을 이용하시라’고 안내했다”면서 “내가 저걸 쓸 줄 았았으면 이렇게 기다렸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은행을 나갔다. 출장점인 서초구 방배점에서는 “여기서 볼 수 없는 업무는 거점점포인 이수역점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수역점에 가도 업무는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날 대부분 국민은행 지점은 파업 여파로 고객들이 찾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대기 인원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도 한산했다. 평소 ATM 이용에 불편을 느껴 창구를 이용했던 60대 이상 고객들이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다른 은행 점포는 점심시간을 틈타 주택담보대출 등 상담을 받으려는 30대 부부 등이 오가 대조를 이뤘다.

그럼에도 젊은층에 비해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 사용이 불편한 고령층 고객들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지점을 찾은 선숙열(67)씨는 “‘컴맹’이어서 광장시장에 가서 쓸 돈 찾으러 왔는데 파업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다행히 ATM으로 뽑았지만, 은행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니 노사 간 문제가 하루빨리 잘 풀려서 은행 업무가 정상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1-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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