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최선 다하겠다”

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최선 다하겠다”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3-05 16:20
수정 2018-03-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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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부위원장 일문일답…현행법상 한계에는 “국회와 적극 협의”

금융위원회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 실시 전 만든 차명계좌 27개에 61억 원이 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관계기관 합동으로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금융위는 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만들어진 차명계좌가 탈법 목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난 경우까지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국회 입법을 통해 추진키로 했다. 사실상 이 회장의 1천여 개 차명계좌 전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이들 차명계좌에는 현재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현행법상 원천징수 방식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잔액이 없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이 회장에게 과징금을 어떻게 부과할지에 대해 금융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업”이나 “국회와 적극 협의” 등의 표현을 썼다.

과징금 부과는 이 회장의 경우처럼 검찰 수사, 국세청 조사, 금융감독원 검사 등으로 탈법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경우에 국한되며,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만든 차명계좌까지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금융위 김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포함해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서 또제재를 하겠다는 의미인가.

▲ 이번에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발견된 이 회장 차명계좌 잔액(61억원)에 대해 과징금을 징수하려는 게 아니다. 그 과징금 징수는 현행 실명거래법상 이뤄질 것이다. 저희가 설명해 드린 내용은 1993년 8월 12일 이후에 탈법 목적의 차명계좌가 개설돼 불법으로 악용되고 있을 텐데, 형사처벌에 더해 과징금 부과를 추가하려는 것이다. 이 입법 조치가 이뤄지면 1993년 8월 12일이라는 시점과 관계없이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에 대해선 과징금 징수가 가능해진다.

--일반 국민의 정상적 금융거래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예를 들 수 있나.

▲배우자, 가족, 자녀, 친목회 명의로 개설된 소위 ‘선의의 차명계좌’, 불법 목적이 아닌차명계좌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별로 불법이라는 문제 의식 없이 활용되는 경우다. 여전히 재산은닉이나 자금세탁·탈세 등 탈법 목적의 차명거래가 있고, 그 차명거래 행위자에 대해서 형사처벌에 더해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다.

--과징금 산정 시점, 부과 비율(현재는 93년 8월 12일 당시 금융자산 가액의 50%) 등을 현실화하겠다는 의미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충실하게 검토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부과 기준이 현행 제도는 1993년 8월 12일 현재 금융자산 가액의 50%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차명이 드러난 시점의 금융자산 가액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2014년 금융실명법 개정 이후 형사처벌 받은 사람에게도 과징금 부과가 소급 적용되나. 이 회장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인가.

▲과징금의 부과대상, 기준 그리고 방법, 소급을 포함해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향후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이번 제도 개선의 취지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난 이 회장 차명계좌 27개에 대한 과징금 부과제척기한이 다음달 17일인데, 앞으로 절차가 어떻게 되나.

▲이번에 발견된 이 회장 차명계좌의 부과제척기한은 국세청에서 적절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로선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려면 금융기관이 원천징수해야 하는데, 이미 잔액을 다 찾아간 상태다. 금융회사가 먼저 과징금을 내고, 이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의 절차가 가능한가.

▲이번에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포함해 삼성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위해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관련 법령상 과징금 부과기준, 요건 등을 확인·파악 중이다. 이른 시일 내 법령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이뤄지도록 관계기관 간 최선의 노력을 지속하겠다.

--1993년 실명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는 시점이 언제든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인데, 소급 입법이 된다는 뜻 아닌가.

▲현행은 1993년 8월 12일 이전만 과징금 대상인데, 1993년 8월 12일 이후에 개설된 계좌도 과징금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 대상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 소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4년 금융실명법을 개정할 때 재산은닉이나 자금세탁 등의 목적으로 타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과징금을 또 부과하는 이유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지만, 5년 동안 감옥을 가도 차명계좌 자체를 전환할 경제적 기제가 없다. 과징금을 부과해서 실소유 명의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과징금 대상 차명계좌가 이 회장 말고 다른 재벌그룹 회장도 제법 있을 것 같다.

▲유사한 재벌그룹의 차명계좌들은 국세청이나 금감원 등이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징금 부과 대상인 ‘탈법행위 목적 차명거래’의 판단 기준을 어떻게 잡나.

▲차등과세의 경우에는 검찰 수사, 국세청 조사, 금감원 검사 등으로 드러난 경우로 특정돼 있다. 그런 부분들은 참고해 누군가에 의해 탈법 목적이 객관적으로 밝혀진 경우로 정할지기술적으로 검토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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