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논란] 힘빠지는 한국 이통사, 투자여력·수익성 악화 조짐

[통신비 인하 논란] 힘빠지는 한국 이통사, 투자여력·수익성 악화 조짐

입력 2017-06-11 11:05
수정 2017-06-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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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ITDA 마진 세계·아시아·북미·유럽보다 낮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동통신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다.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은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통신산업은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한데다가 빨리 시장이 포화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또 시장이 포화되기 전에 다음 세대 네트워크에 투자해야만 경쟁을 따라잡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 여력과 수익성이다.

차세대 5세대(5G) 이동통신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상용서비스를 개시하는 2020년에는 5G 인프라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그 전후로 2∼3년에 걸쳐 20조∼3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대폭 요금 인하가 쉽지 않다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5G 서비스 선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앞서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필수인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은 32.6%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버라이즌 와이얼리스, AT&T, T- 모바일) 평균 50.9%, 중국(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텔레콤) 평균 38.6%, 일본(NTT 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평균 51.0% 등 미·중·일(상위 3개 업체 기준)보다 훨씬 낮았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의 평균 EBITDA 마진을 살펴 보면 전세계 평균이 40.4%였고,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40.3%로 이와 거의 같았다. 그러나 SK텔레콤은 36.3%, KT는 33.5%, LG유플러스는 27.4%로 모두 세계·아시아 평균에 미달했다.

EBITDA는 통신산업의 수익성을 분석할 때 자주 이용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며,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이전의 이익’이다. 이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것과 같다. EBITDA 마진은 EBITDA를 서비스 매출(음성·데이터 매출과 망접속 정산수입)로 나눈 비율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한국의 주요 5G 경쟁국인 미·중·일 중 어느 나라도 정부가 이통사에 일방적으로 요금 인하 압박을 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율경쟁을 통해 이통사 매출과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을 높이고 이를 통해 5G 등 4차산업 신기술에 투자토록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한 통신요금 인하가 강제되면 경쟁국 이통사와의 투자 여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선진국들이 앞다퉈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때에 통신요금 인하 논쟁에 발목이 잡혀 성장 동력이 상실될까 심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SA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은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와이얼리스가 45.54 달러, 일본 1위 이통사 NTT 도코모가 40.76 달러인데 비해 한국 1위 이통사 SK텔레콤은 31.85 달러에 불과했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작년 4분기 우리나라 이통 3사의 ARPU는 3만5천여원으로, 3사 모두 비슷하다. 이통 3사의 ARPU는 2014∼2015년을 정점으로 정체 상태에 빠졌고 작년에는 평균 3.7% 하락했다.

이 점 역시 우리나라 이통 시장의 추가 성장이 본격적 5G 투자 개시 이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며, 지금은 성장과 수익성 모두 정체에 빠졌음을 보여 준다.

다만 ARPU가 요즘은 이통사들의 수익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 사물인터넷(IoT), M2M(machine-to-machine) 등이 발달하고 태블릿이나 PC 등을 쓰기 위해 보조회선을 개통하는 경우도 흔해, 사용자가 2개 이상의 회선을 쓰면서 이통사의 가입자당 매출이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ARPU에는 나라별 물가 수준의 영향도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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