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가 홀인원을 4번이나 했다고?…홀인원 보험사기 무더기 적발

주말 골퍼가 홀인원을 4번이나 했다고?…홀인원 보험사기 무더기 적발

안미현 기자
입력 2017-05-28 15:27
수정 2017-05-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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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힘든 홀인원을 네 번이나 했다고 꾸미는 등 사기 골퍼 일당이 금융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012∼2016년 홀인원으로 지급된 보험금 내역 3만 1547건을 분석한 결과, 사기 혐의가 있는 140명을 경찰과 함께 공조수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들이 챙긴 보험금은 10억원에 이른다. 사기 혐의자 중에는 홀인원보험의 허점을 잘 아는 보험설계사도 21명이나 포함됐다.

금감원은 홀인원보험의 보험사기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보험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보험계약자들과 함께 라운딩하며 돌아가면서 홀인원 보험금을 타낸 유형이다. 캐디와 공모하면 홀인원 증명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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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2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 1라운드 13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정예나가 경기 뒤 기쁨에 넘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홀인원은 프로 골퍼들도 하기 힘들다. KLPGA 제공
지난해 7월 22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 1라운드 13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정예나가 경기 뒤 기쁨에 넘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홀인원은 프로 골퍼들도 하기 힘들다.
KLPGA 제공
설계사 A씨는 2012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보험계약자 14명과 모두 18회 홀인원을 해 보험금 6700만원을 받았다. 설계사 A씨 자신도 홀인원을 3회 했다며 보험금 700만원을 챙겼다.

통상 일반인이 홀인원을 할 확률은 1만 2000분의1로 추정된다. 매주 주말에 라운딩했다고 가정하면 57년에 한 번 나올 확률이다. A씨는 평생 골프를 해도 나올까 말까 하는 홀인원을 3년여 사이 3회나 하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허위 영수증을 홀인원 소요비용 증빙자료로 제출한 유형도 있다. 홀인원보험은 과거에 보험금을 일정 금액으로 주는 정액형이었다가 손해율이 높아지자 실제 소요된 홀인원 비용을 주는 실손형으로 바뀌었다. 축하 식사 비용, 축하 라운드 비용, 동반 경기자에 줄 기념품 구입비 등 실비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기념품 증정용으로 골프용품을 구입한다며 카드로 결제해 영수증을 챙기고서 구입을 취소한 뒤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사가 카드결제 영수증의 취소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노렸다.

보험금을 받으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에 가입하며 보험금을 반복적으로 타낸 이들도 다수 있었다. 홀인원보험이 과거 보상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다가 최초 홀인원에만 보험금을 주는 것으로 바뀌자 이런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B씨는 2013년 6월∼2015년 1월 이런 수법으로 4회 홀인홀, 2회 알바트로스(기준타수보다 3타 적은 타수로 홀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해 보험금 2000만원을 챙겼다. 이렇게 해서 연간 4회 이상 홀인원 보험금을 타낸 이도 6명이나 됐다.

5개 이상 홀인원보험에 가입해 한 번에 고액의 보험금을 받는 유형도 적지 않았다. C씨는 홀인원보험 8개에 가입하고서 2013년 11월 한 차례 홀인원으로 보험금 3600만원을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2∼2016년 홀인원 보험금으로 지급된 액수는 모두 1049억원이다. 1건당 평균 322만원이다. 연간 지급액은 2012년 152억원에서 지난해 251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은 지난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처벌이 강화됐다며 보험사기에 휘말리지 말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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