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부동산 매물 없앤다’…중개 앱에 삭제 의무 부여

‘미끼 부동산 매물 없앤다’…중개 앱에 삭제 의무 부여

입력 2017-05-14 14:04
수정 2017-05-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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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고의·과실로 서비스 중단되면 사업자 책임 부담

살던 집의 전세계약이 끝나 이사할 집을 찾던 A씨는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찾아냈다.

전화로 “매물이 있으니 어서 오시라”는 연락을 받은 A씨는 만사를 제치고 게시물을 올린 부동산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부동산 업자는 A씨를 보자 말을 바꿨다. 방금 그 집이 계약됐다면서 그보다 훨씬 비싼, 시세 수준의 매물을 소개했다.

A씨가 본 매물은 소위 ‘미끼’ 매물이었던 셈이다.

A씨는 앱 관리자에게 해당 게시물이 허위 매물이라고 신고를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았다.

앞으로 이처럼 허위로 신고된 부동산 매물에 대해서 부동산 중개 앱 사업자는 반드시 삭제 등 임시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직방·다방·방콜 등 3개 모바일 부동산 중개 서비스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모바일 부동산 중개 시장 점유율 합계가 90% 이상인 상위 3개 사업자다.

회원이 앱에 등록한 매물 정보의 정확성, 적법성에 대해 앱 사업자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약관은 신고받은 허위 매물 정보를 관리자가 삭제하도록 하는 등 관리자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또 회원이 등록한 정보에 대해서도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책임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명시했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약관이 사업자의 고의 과실 등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사업자는 서비스 관리 책임자로서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신고된 허위 매물 등에 대해 임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앱을 통해 매물을 검색하는 사용자들은 게시물이 앱 사업자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고 오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회원이 부동산 계약과정에서 약관이나 법을 위반해 책임 문제가 발생하면 회원이 자신의 비용으로 사업자의 책임을 면책하도록 한 조항은 삭제됐다.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업자의 고실·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서비스용 설비의 보수, 공사 등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에 대해서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조항은 중단 기간만큼 서비스 기간을 연장하도록 개선됐다.

회원이 작성한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을 일방적으로 사업자가 가지도록 한 조항은 제삼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작성자에게 귀속하도록 수정됐다.

이전까지 회원이 등록한 매물 정보를 별도 동의 절차 없이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노출하거나 제삼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전에 반드시 개별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사전 통지 없이 회원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사전에 통지해 문제가 된 사항을 고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들은 약관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조항을 스스로 고쳤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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