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특단의 조치’ 배경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언급한 이유는 인건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한 ‘고용 유연화’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빠르게 늘렸고, 이는 청년들의 삶을 곤궁하게 해 저출산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았다.●인건비 절감 위한 ‘고용 유연화’ 현상 심각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3년 461만명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644만명에 이르렀다. 비정규직에는 기간제, 반복갱신, 파견, 용역, 일일근로, 시간제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를 1963만명으로 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32.8%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수적인 집계일 뿐 실제 비정규직은 9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임금근로자로 분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77만명과 공식 통계에서는 정규직으로 분류된 ‘사내하청 근로자’ 93만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기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897만명, 비율은 42.5%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의미다.
비정규직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해 조사 결과 ‘당장 수입이 필요해 비정규직이 됐다’는 응답이 36.5%에 이르렀다.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응답은 8.8%에 그쳤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효율이 높은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규직의 임금을 100원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은 53.5원이었다. 10년 이상 근속자는 정규직이 28.2%, 비정규직은 6.2%에 불과했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격차가 크다. 지난해 국민연금 가입률은 정규직 82.9%, 비정규직 36.3%, 고용보험은 각각 75.1%, 42.3%였다. 건강보험 가입률은 86.2%와 44.8%, 퇴직금 수혜율은 85.5%와 40.9%였다.
●정부, 비정규직 양산 막을 대책도 없어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비정규직 양산을 통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로자 고용형태를 공개하도록 하는 ‘고용형태공시제’가 있을 뿐이다. 장 위원은 “고용형태공시제로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정도로는 대기업이 비정규직이나 사내하청을 줄이도록 규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민간기업들이 동참하도록 돕는다는 목표다. 또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7-05-13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