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화장품에 질환명 표기하면 의학적 효과 오인 우려” 식약처 “과학적 근거 갖춘 효과 있어야 질환명 표기 가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에 아토피·여드름·탈모 등 기존 피부질환의 영역을 추가하도록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데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16년 5월 개정된 이 시행규칙은 오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대한피부과학회·피부과의사회는 4일 감사원에 제출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통해 개정된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효과에 대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부과학회에 따르면 현행 화장품법은 화장품에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할 수 없고, 질병에 관한 표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화장품에 질병 이름을 표시할 경우 해당 질병에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의료비 낭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공익감사 청구의 법률 자문을 맡은 유화진 법무법인 여명 변호사는 “이처럼 상위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 시행규칙에 담긴다는 사실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지호 피부과학회 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식약처가 마치 화장품업계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에 질병명을 넣으면 당연히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방순 피부과의사회 회장도 “특히 아토피의 경우 많은 어린 환자들이 만성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가 필수적”이라며 “화장품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포함돼 있어 아토피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시행규칙은 국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양 단체는 또 공익감사 청구에 이어 헌법소원, 시행중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의 입장은 다르다. 유사한 편법으로 교묘하게 소비자를 속여 온 일부 화장품업계의 잘못된 홍보 전략을 제대로 감시하고, 화장품의 효능·효과를 국민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예를 들어 기능성 화장품 중 ‘아토피’란 단어에서 한 글자만 뺀 ‘아토’란 표현을 활용한 제품도 적발한 적 있다”며 “이런 편법을 막기 위해 화장품 업체가 이제 아토피·여드름·탈모 등 질환명을 쓰려면 앞으로 반드시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이 아니라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과 같은 형태로 과장된 표현이 없이 이해하기 쉽게 표기하도록 규정해 놓았다”며 “또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기능성 화장품에 의약품이 아니란 사실을 함께 표기하도록 시행규칙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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