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패닉] “시민들 행동수칙 잘 몰라…건강 스스로 지켜야”

[미세먼지 패닉] “시민들 행동수칙 잘 몰라…건강 스스로 지켜야”

입력 2017-05-03 10:47
수정 2017-05-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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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도 기준 느슨하다…더 강화해야”

미세먼지가 거의 매일 한국의 하늘을 뒤덮으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중국발’이 대부분이라는 의견과 국내 영향도 크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원인은 복합적이라면서 이에 맞는 배출 감소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미세먼지에 가능하면 노출되지 않기 위해 생활 수칙 등을 잘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미세먼지 원인은 복합적…매일 달라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영향이 복합적이며 매일 다르다고 말한다. 중국의 영향도 크지만, 국내 요인 역시 작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이승묵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세먼지 원인은 매일 다르지만, 우리나라가 편서풍 지역이어서 여름철 빼고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중국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돼 2000년대 초반보다 현재 중국의 영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초미세먼지의 경우 절반 정도는 중국의 영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윤서 안양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미세먼지 중 외부요인이 절반, 국내가 절반으로 보는데 외부요인 50% 중 중국에서 오는 것이 35%, 나머지가 15%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원인은 그날의 날씨와 기압 배치의 영향을 크게 받아 매일 다르다”며 “중국 서부, 중국 동북부, 우리나라 자체 발생 미세먼지 등 세 가지가 뒤죽박죽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황사의 경우는 바람을 타고 오지만, 중국 공업지대에서 오는 미세먼지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온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한 가지로 말하기 쉽지 않다.

이승묵 교수는 “초미세먼지(PM2.5) 화학성분을 분석해 오염원을 찾아냈더니 서울시의 경우 오염원이 가솔린과 디젤 같은 교통 오염원, 음식점 숯불구이와 같은 생체소각 오염원, 공장지대 오염원, 도로 비산먼지, 황사 때 주로 나타나는 토양성분 등 9개 정도 됐다”며 “2003~2007년 모은 520개 샘플과 서울시 사망자료·유병 자료 등과 맞춰봤더니 교통 오염원, 생체소각 오염원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교수는 “경유차가 나쁘다고 하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다”며 “산업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도로와 농경지의 비산먼지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구윤서 교수는 “국내 미세원지 원인은 화력발전소, 공장, 자동차, 화목 연료 같은 여러 가지 난방 연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 농도 기준은 ‘느슨해’…배출 기준 강화가 우선

이승묵 교수는 “우리나라 기준이 24시간 기준이든 연평균 기준이든 높다(느슨하다)”며 “그러나 농도 기준보다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게 먼저이며, 농도 기준을 낮춘다고 해서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일평균 50㎍/㎥를 초과하면 나쁜 것으로 분류하지만, 미국·일본 등에서는 35㎍/㎥를 넘으면 나쁘다고 본다.

구윤서 교수는 “미세먼지 기준은 그 국가의 환경 수준을 반영한다”며 “미국은 우리보다 미세먼지 기준이 더 낮고 중국은 우리보다 높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나라마다 환경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고, 그 기준은 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킬 수 있는 정도만 만들어놓는 것”이라며 “환경이 개선되면 그 기준을 낮춰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농도 기준보다도 배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묵 교수는 “배출원을 잘 규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대기오염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한 뒤 미세먼지 배출원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교통 오염원을 규제하고 영세한 숯불구이 음식점에 간이 미세먼지 제어장치를 개발해서 지원해줘야 한다”며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 발생이 많은 오염원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윤서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며 “미세먼지라는 ‘외부 영향’을 줄이려면 배출원에 대해 조사하고 감축하기 위해 비용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교수는 “환경 오염을 줄이는 것은 항상 어렵다”며 “환경부가 우리나라에 오는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미세먼지 최대한 피하려면? 마스크·공기 청정기 사용해야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닌 만큼,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묵 교수는 “고농도 미세먼지 지속시간이 길면 길수록 건강에 대한 영향이 커진다”며 “중국 배출원은 우리가 관리할 수 없으므로 우리나라 발생원부터 국가가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민들은 공기 청정기를 틀고, 미세먼지 발생 시 행동 지침 등을 잘 알아야 자신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며 “행동 수칙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으므로 국가가 잘 정리해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윤서 교수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한 시간 노출됐다고 바로 사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호흡기질환·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실내에서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고 외부에서 운동하면 호흡량이 많아지므로 격렬한 운동을 삼가며 국가에서 정한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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