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 양극화…“8박9일 해외여행” vs “하루도 못 쉰다”

5월 황금연휴 양극화…“8박9일 해외여행” vs “하루도 못 쉰다”

입력 2017-04-02 15:42
수정 2017-04-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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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중 100만명 이상 해외여행 갈듯…사상 최대 규모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길게는 9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1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대거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휴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월요일), 3일 석가탄신일(수요일), 5일 어린이날(금요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로, 2일과 4일 이틀 휴가를 쓸 경우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무려 9일 동안 쉴 수 있다.

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의 예약 건수는 지난해 5월 연휴 당시의 최소 두 배 이상에 이르고 있다.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3월 31일 현재 황금연휴 기간(4월 29일~5월 7일) 출발하는 여행 상품 예약자는 5만9천여 명에 이른다. 작년 5월 연휴(5월 5~8일) 당시 2만3천여 명의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5월까지 아직 한 달 이상 남았기 때문에 최종 예약자 수는 최종적으로 작년 5월 연휴의 3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두투어를 통해 4월 28일~5월 6일 출발하는 사람들도 작년 5월 연휴보다 63% 늘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최종 집계된 ‘5월 연휴’ 여행 예약자 수는 3월 말 중간 점검 당시의 2.5배에 이르렀다”며 “따라서 올해 역시 5월까지 남은 기간 연휴 예약자 수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예상대로라면 올해 5월 황금연휴 해외여행자 수는 100만 명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1년 전 5월 연휴(5월 4~9일) 45만1천 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갔는데, 올해 더 긴 5월 연휴 기간과 예약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최소 그 두 배 이상이 출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연휴 해외여행객이 100만 명을 넘는다면 이는 역대 연휴 출국자 수 최다 기록이 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9월 13~18일)에는 약 47만 명, 올해 설 연휴(1월 26~31일)에는 약 50만 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번 연휴 해외여행 시장의 특징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의 영향으로 중국행이 급감한 대신, 그 반사이익으로 일본과 동남아지역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틀 정도 휴가를 내면 1주일이 넘는 장기 연휴가 가능한 만큼, 유럽 등 장거리 여행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 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에서 황금연휴(4월 29~5월 7일)에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 예약 건수를 기준으로 1위 여행지(3월 말 현재)는 ‘서유럽(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가까운 일본 도쿄 예약이 가장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어 괌·방콕·사이판·후쿠오카가 2~5위를 차지했고, 이례적으로 동유럽(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도 8위에 올랐다.

현대홈쇼핑에서도 지난달 12일 판매된 동유럽 발칸반도 패키지 여행 4월말~5월 초 출발 일정 상품이 방송 시작 30분 만에 조기 매진됐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4월 29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에 출발하는 여행상품의 경우 사실상 ‘품귀’ 상태”라며 “평소 최저가 79만 원대인 동남아(세부) 여행상품의 4월 말(29·30일) 출발 일정 가격이 130만~170만 원대까지 뛰었지만 모두 마감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연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윤 모 씨(29)의 경우 5월 연휴에 재즈 공연을 위해 큰마음 먹고 4월 27일 출발해 5월 5일 돌아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계획했다. 윤 씨는 “지난 1월 말 서둘러 약 150만 원대에 왕복 항공권(직항)을 예약했다”며 “3월 말 지금 같은 항공사, 같은 일정으로 검색하면 항공권 가격이 210만 원이 넘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경제 사정, 근무 여건 등 탓에 이번 연휴 기간에 국내외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제대로 쉬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경기도 교외 한 아웃렛 골프용품 판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모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매년 어린이날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놀러 가자고 말하지만, 대목에 장사하느라 한 번도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5월처럼 가족 행사가 많은 달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 직원 김 모 씨는 “주위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사람이 많은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해도 연휴에 항공료 등이 비싼 데다 인제 와서 예약도 어려울 것 같다. 국내에서 하루라도 바람이나 쐬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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