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봉투에 롯데 로고 지워
“명동거리에 중국인이 거의 없어요. 덕분에 일본인 등 다른 관광객들이 이전보다 더 많아 보입니다.”서울 명동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인 정 모(50) 씨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정부의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 단체 관광 상품 판매 금지 첫날인 15일 찾은 명동 거리는 따뜻해진 날씨에도 한산했다. 특히 전에는 명동 거리를 빼곡히 메웠던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들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보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중국인 관광객처럼 보여 기자가 말을 걸어보면 싱가포르나 대만에서 온 관광객인 경우도 있었다.
한 화장품 매장에서는 손님에게 중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정 씨는 “3월 들어 중국인이 크게 줄어 우리도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며 “명동 화장품 가게들도 장사가 잘 안돼 장사 접고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 씨의 말처럼 명동 거리에 늘어선 화장품 점포 안에는 손님 없이 점원들만 있는 경우도 보였다.
정 씨는 “정부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추진해서 줄어드는 건데 매출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별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명동의 가방 지갑 등 잡화 판매점 직원 김 모(22) 씨도 “3월 들어 중국인들이 크게 줄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친구와 함께 여행용 가방을 끌면서 쇼핑을 하고 있던 25세 중국인 여성은 “사드 때문에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하는 것 알고 있지만 그 전에 예약해서 한국에 오게 됐다”며 “다음에 또 언제 올지 기약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중국인들 많이 오는데 중국인들이 이제 안 오게 되면 한국은 돈을 더 적게 벌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광객은 롯데면세점 본점으로 쇼핑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지만, 롯데에 대해서는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롯데는 일본 기업이기 때문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일본기업이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광객은 “중국에서 롯데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있고 사람들도 쓰지 않고 있으며 한국에서 롯데 제품을 구입해 와서 선물로 줘도 다들 받고 싶지 않아 한다”며 “중국에서 롯데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롯데면세점에 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격이 다른 면세점보다 저렴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롯데에 대한 반감을 반영하듯 이날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는 전에는 보이지 않던 흰색 비닐백이 눈에 띄었다.
기존의 ‘Lotte Duty Free’(롯데면세점)이라고 쓰여 있는 봉투와는 다르게 이 흰 봉투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소공동 롯데면세점도 명동 거리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붐비던 모습을 잃었다.
이전에는 1층에서 면세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유커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지만 지금은 대기하는 사람이 1명도 없었다.
국산 화장품 매장 앞에는 항상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러 겹으로 줄을 서 있었지만 그런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손님이 많은 곳은 수입 화장품 매장 앞이었다.
이번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50%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70~80%에 이르는 면세점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