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전자’ 등 조롱도 등장…차가운 여론에 삼성 ‘당혹’
삼성전자(SAMSUNG)의 브랜드 가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7번째로 높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단연 1위다.지난해 10월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14% 높은 518억달러(약 62조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고 소비자 신뢰도 쌓았다.
작년 한 해 매출 약 200조원, 영업이익은 약 30조원으로 실적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그러나 2017년 1월 17일 현재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직면한 현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유례없는 총수 구속 위기에 처한 삼성을 비롯해 재계에서는 리더십 공백과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여론은 이와는 달리 냉정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가 큰 만큼 이와 연루된 삼성을 향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시각도 많다. 온라인에서는 삼성과 (최)순실의 초성이 같은 점을 빗대 ‘순실전자’라는 조롱까지 등장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주문하는 성명이 이어졌다.
야당은 일제히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기회”라며 법원의 신속한 영장 발부와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총수의 사법 처리에 따른 경영위기는 실증적인 근거도 없는 ‘괴담’일 뿐”이라며 “사법절차에서 고려될 수준의 주장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법정 공방과는 별개로, 세간의 차가운 시선에 삼성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이미지와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부분이 있는데, 이토록 여론이 차가울 수 있는지 허탈할 정도”라고 말했다.
‘관리의 삼성’으로서 국내외 이미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온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삼성이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도 가장 많은 금액과 인력을 투자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몸집을 불리는 동안 그에 맞는 내적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근본적인 지적이 제기된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이후 79년의 역사 동안 총수에 집중된 취약한 지배구조와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은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삼성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 작업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존재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국민의 노후와 직결된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 과정에 동원됐다는 특검의 수사 결과에 여론은 더욱 좋지 않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 처리나 실제 유죄 판결 여부와는 관계없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삼성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그동안 국민경제의 위기 호소, 애국심 마케팅 등을 통해 위기를 모면해왔기 때문에 여론이 용인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이참에 근본적인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에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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