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는 이미 외환위기…저신용자 구제책 마련해야”

“실물경제는 이미 외환위기…저신용자 구제책 마련해야”

입력 2017-01-06 09:25
수정 2017-01-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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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보단 재정정책…10조원 규모 추경 편성도 검토해야”“가계부채·부동산·자영업 3대 뇌관…구조조정하면 실업률 4% 넘을 수도”

정책·금융팀 =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이 실물경기 측면에서는 외환위기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직 금융위기로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추가경정예산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의 불씨를 살릴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지난 2년간 한국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하던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대출에 기댄 자영업자들과 저신용자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설업 부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를 전반적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했지만, 구조적인 경기침체에 빠져 하반기 회복도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총체적 재정·통화정책 추진해야”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실물경기 위기다. 실물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7~98년 외환위기 수준이다. 실물이 경기를 끌어내려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구조화되고 있는 형국인데, 이게 일본이 간 길이다. 우리도 이를 답습하고 있다. 차이점은 일본이 금융위기 후 실물위기가 온 반면, 우리는 금융위기를 거치지 않고 실물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시장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어서 금융위기로까지는 번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 같은 위기국면에서는 총체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정치적인 일정 때문에 어렵다. 그래도 추경 등을 통해 추가적인 경기 하강은 막아야 한다. 적어도 10조원은 돼야 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저신용자들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출 총량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원리금상환을 줄여주는 대책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타이밍상 올해 경기는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경제는 전통적인 경기순환 사이클보다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경기순환이 잘 안 되는 거다. 작년 4분기가 바닥이라고는 하지만 올해 1분기도 바닥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저하고’라는 예상이 있는데, ‘상저하저(上低下低)’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값 폭락 막을 수 있는 적절한 부양책 필요”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올해 1분기 경기는 작년 4분기보다도 더 나빠질 것이다. 자영업과 내수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촛불 정국 여파로 소비심리도 극도로 나빠져 있다. 경기는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만 잘 견뎌내면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숨통이 트일 것이다.

외화 부문에서 발생하는 위기가 정말 무서운 것인데, 외화 쪽은 현재 안정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실물지표다. 자영업·부동산·가계부채가 3대 뇌관이다. 자영업 쪽에서 타격이 오고, 가계부채 쪽에서도 금리 인상이라는 타격이 오고 있다. 2개의 타격이 부동산 부문으로 전이되는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이다. 부동산이 폭락하면 자산 가치가 확 떨어져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악화하기 때문에 부동산 부문을 받쳐줘야 한다. 부동산만 견뎌주면 외환위기 때처럼 폭삭 무너지는 위기가 올 가능성은 작다.

앞으로 정부는 부동산값을 올리는 것은 둘째치고 죽이지는 않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부양정책을 펴야 한다. 부양책 쓸 때 제일 효과가 좋은 쪽도 건설과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다.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상반기 경기가 상당히 안 좋을 것 같으니 정부에서 재정집행을 통해 완화해줘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잘 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대가 되지만 2%대 초반대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수출부진 때문이다.

“올해는 상저하고…수출 회복 안 되면 큰 위기 올 수도”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큰 흐름에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고점을 찍고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소폭 등락은 있었지만 아직 바닥을 찍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가 저점으로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대외 불안이다. 지금 수출 반등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희망인데 대외 경제 불안으로 수출이 위축되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내·외수가 동시에 위축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경착륙하거나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급격하게 할 경우다.

내수에서는 가계부채와 산업구조조정이 불안요인이다. 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올해 실업률은 4%를 넘을 것 같다. 이건 심각한 수준이다. 기회 요인은 수출의 회복인데 이것도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어 수출 회복도 제한적이다. 수출이 잘 된다고 해도 내수 경기로 이어지는 데 시차가 있어 수출이 살아난다고 내수가 바로 살아나긴 어려울 것 같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많지 않아 보인다. 상반기에 재정을 당겨 써 내수 회복시킨다고 하지만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추경 이야기도 나오지만 당분간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실탄을 아껴야 한다. 올해 성장률은 2.3%로 예측한다. 상반기에 2.0%, 하반기에 2.6% 성장해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본다.

◇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추격연구소 소장

과거 외환위기 급은 아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성장률이 절대 낮은 것이 아니다. 영업을 잘한 기업도 있고 못한 기업도 있다. 일자리 창출과 같은 국민 경제가 문제였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6% 예상했는데, 자꾸 비관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탄핵이나 조기대선 문제가 걸리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좀 더 밑으로 갈 측면이 있다. 가계부채가 리스크지만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 같진 않다. 다만 가계부채에 잘못 대응하면 성장률이 떨어질 순 있다.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가 끝났는데 우리나라는 FTA를 웬만하면 다 체결한 상태여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경제인 중국과 인도가 주변에 있다는 측면도 긍정적이다. 대내적으로 계속 투자율이 하락하고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되고 있다. 경제의 장기적 트렌드는 하락 쪽에 무게중심이 쓸려있다. 정부가 잘 대응하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인데 그동안 대응이 효과적이지 않았다. 경기가 단기적으로 상하로 왔다 갔다 하지만 추세는 하강이다. 10년째 계속 하강 추세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인데, 이런 추세가 꺾이지 않으면 저점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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