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웃을까…미 대선 앞두고 한국증시도 살얼음판

누가 웃을까…미 대선 앞두고 한국증시도 살얼음판

입력 2016-11-06 10:10
수정 2016-11-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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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승리시 ‘안도랠리’ 예상…트럼프 당선시 ‘쇼크’ 우려

오는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증시도 살얼음판에 놓인 형국이다.

그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지지율 면에서 줄곧 앞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바짝 따라 붙어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두 후보 중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한국 증시도 방향성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스피 시총 1주일 새 24조원 증발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국정 공백 사태를 낳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트럼프 리스크’가 겹치면서 지난 한 주간 거친 조정을 받았다.

코스피는 지난주 5거래일(10월31일~11월4일) 동안 3일 하루(0.25% 상승)를 제외하고 연일 미끄럼틀을 탔다.

특히 지난 2일에는 28.45포인트(1.42%) 급락한 1,978.94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으로 7월8일(1,963.1) 이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이 같은 조정 장세에 지난 4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천262조6천75억원으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1천286조5천515억원)과 비교해 23조9천440억원 쪼그라들었다.

미 대선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투자 주체들의 경계심도 극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 4일 코스피 정규장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각각 각각 3조42억원, 2억2천420만주를 기록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관망 장세와 위험자산 회피 현상은 전 세계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0.17% 하락한 2,085.18로 거래를 마쳐 9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S&P 500지수가 이처럼 장기간 연속 하락한 것은 1980년 12월 이후 3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기간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73% 가까이 뛰어올랐다.

◇ 트럼프 승리를 리스크로 보는 투자자들

이 같은 증시 혼란의 배경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큰 악재라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당선할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대권을 거머쥐면 전 세계 금융시장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상의 충격파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MSCI 신흥국지수가 적어도 10% 이상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검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재협상, 주한미군 철수 검토 등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양국 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온 터라 한국 증시에는 추가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힐러리가 승리하면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안도 랠리가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분간 미국 대선 불확실성 및 그 결과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며 “클린턴 당선 시 위험자산의 안도 랠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힐러리와 유사하지만 기존의 FTA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그 수준이 과도하다”며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글로벌 무역장벽 확대와 교역량 감소, 성장률 둔화라는 부작용이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신재생 에너지 업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힐러리가 셰일가스 시추 규제와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 등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클린턴이 은행 규제를 강화하고 약값 인상에 제약을 가할 것이란 예상 때문에 은행, 제약 업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는 화석연료의 생산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그의 승리는 곧바로 정유 업종 등 전통 에너시주의 랠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방산주에도 수혜가 점쳐진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민주당 집권 시절에는 IT, 헬스케어 등 신경제 부문의 성장주가 오르고, 공화당 집권기에는 에너지, 소재, 필수소비재 등 구(舊) 경제 부문의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 미 대선 고려한 투자전략은…“보수적 접근해야” vs “저점 매수 기회”

미국 대선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투자 전략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일단 섣부른 대선 결과 예측보다는 보수적, 방어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많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혜주를 찾기보다는 보수적 시장 대응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힐러리·트럼프 정책의 교집합인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는 경기민감주(화학·철강·조선), 불확실성의 안전지대인 배당주 등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부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달러 강세 및 외국인 이탈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11월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보수적인 시장대응을 해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앞둔 증시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희찬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금융시장의 추세 변화 요인은 아닐 것”이라며 “신흥시장 채권이든 주식이든 선호 자산에 대해서는 조정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까지는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 이하인 점을 고려할 때 추가 급락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지만 누가 되더라도 글로벌 경제의 틀을 훼손시킬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벤트(대선)의 종료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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