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강조한 현 정부 들어 역할 강화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돈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정작 주머니를 털린 대기업들은 입을 다물었다.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외에 다른 경로로 최 씨 일가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내 대기업의 한결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재단 출연 기업의 송금 내역 등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받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최 씨의 독일 회사에 약 35억 원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넘긴 정황을 잡아냈다.
2000년대 들어 노태우 전(前)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는 물론 유명 다단계업체 제이유피닉스 사건,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의 론스타 뒷돈 수수 사건 등 굵직한 경제 관련 사건의 중심에는 FIU가 있었다.
FIU는 금융기관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외화 불법유출을 막기 위해 2001년 출범한 조직이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로부터 탈세·횡령·마약 거래 등 범죄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융거래 명세를 넘겨받아 검찰·국세청·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넘겨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 산하에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법무부·국세청·관세청·경찰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서 파견 나온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2천만 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를 하는 경우(CTR·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 금액과 관계없이 자금세탁·탈세 등 범죄가 의심되는 거래를 하는 경우(STR·의심거래보고제도) 이에 대한 정보는 자동으로 FIU에 넘어간다.
국내 기업과 개인의 방대한 고액현금거래와 의심거래 정보를 손바닥 안에 쥐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정치권의 비자금 조성과 역외탈세, 테러지원자금 추적은 물론 도박이나 부유층의 편법 증여 의혹을 조사할 때 FIU가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FIU의 역할이 강화됐다.
종전 1천만 원이었던 STR 금액 기준이 아예 폐지돼 단 100만 원이라도 ‘쪼개기 입금’ 등 의심스러운 형태로 거래하는 경우 FIU에 통보된다.
덕분에 금융기관이 FIU에 보고한 의심거래(STR) 정보 건수는 2011년 약 32만9천500건에서 지난해 약 62만4천100건으로 급증했다.
FIU가 국세청·관세청에 제공한 고액현금·의심거래 정보 건수도 같은 기간 약 1천700건에서 3만2천900건으로 증가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13년 5월 FIU가 CJ그룹의 수상한 해외 자금 흐름 포착해 검찰 통보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 내사가 시작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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