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에 1시간, 먹는데 10분…‘쉑쉑버거’ 식지않는 열풍

주문에 1시간, 먹는데 10분…‘쉑쉑버거’ 식지않는 열풍

입력 2016-08-21 11:59
수정 2016-08-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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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천개씩 팔려…국내 수제버거 시장 ‘후끈’

“더우시면 우산이나 얼음팩 좀 드릴까요?”

서울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20일 정오께 서울 강남대로 ‘쉐이크쉑 버거’ 1호점 앞.

영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채 안 됐는데 어느덧 대기자 수가 200여명으로 늘었다.

매장 안은 일찌감치 만석이고, 바깥에서는 고객들이 땡볕을 피하려고 매장 직원들이 나눠주는 검은색 우산을 쓰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기 줄 가장 앞쪽에 서 있던 김모(28)씨는 “쉐이크쉑을 맛보려고 오전 9시에 인천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왔다”며 “기다린 지 이제 한 시간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들어가는 것 같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매장 관계자는 “오후 2시까지 특히 고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후 늦은 시간에 오면 낮보다는 대기 시간이 짧은 편”이라고 전했다.

피크 타임이라는 주말 점심에 실제 주문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기자가 이날 정오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결과, 주문 결제까지 정확히 1시간 반이 걸렸다.

개장 초반 3∼4시간씩 기다렸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던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했지만, 쉐이크쉑 버거 열풍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실제 21일로 개장 한 달을 맞는 쉐이크쉑 한국 1호점을 운영하는 SPC그룹에 따르면 버거 판매량이 1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뒤 이달 18일까지 집계된 버거 누적 판매량이 8만6천개다.

하루 평균 3천여개씩 팔렸고. 일일 영업시간(12시간)으로 환산하면, 1분마다 버거가 4개씩 나간 셈이다.

SPC는 구체적인 매출액은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하루 평균 버거 판매량과 방문 고객들이 버거만 먹기보다는 감자튀김, 음료 등을 함께 사 먹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일 매출은 4천만~5천만원대로 추정된다.

‘뉴욕 버거’로 불리는 쉐이크쉑은 2001년 미국의 식당사업가인 대니 마이어가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서 노점상으로 창업한 버거 전문점이다.

한국 1호점의 경우 제빵 기업인 SPC가 외식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미국 본사와 국내 독점 운영계약을 체결해 들여온 야심작이자, 허영인 SPC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의 첫번째 경영 시험무대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쉐이크쉑의 ‘한국 상륙 작전’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쉐이크쉑이 뉴욕 본토에서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고기와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워낙 유명하고, 이런 점이 맛과 웰빙을 중시하는 국내 외식 트렌드의 변화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는 ‘쉐이크쉑 열풍’을 필두로 국내 버거 시장이 프리미엄 버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달 1일 롯데리아가 처음 내놓은 수제버거인 ‘아재(AZ) 버거’ 3종은 쉐이크쉑이 문을 연 이후 오히려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도날드가 작년 8월 신촌점에서 첫 선을 보인 프리미엄 수제버거 ‘시그니처 버거’는 판매 매장이 42개로 확대됐다. 또한 맥도날드가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를 통해 시그니처 버거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부 매장에서 맥딜리버리 시행 후 시그니처 버거 판매량이 최대 50% 증가했다.

이 밖에도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를 창업한 김선권 전 회장이 론칭한 수제버거 브랜드 ‘토니버거’ 역시 론칭 7개월 만에 가맹점이 30개로 늘어나는가 하면, 서울 홍대나 이태원 등에도 소규모 수제버거점들이 잇따라 생겨나는 추세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제버거의 가격이 일반 햄버거 전문점보다는 고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수제버거 열풍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앞서 토종 수제버거 전문점 크라제버거나 일본 모스버거 등도 ‘프리미엄 수제버거’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당하면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쉐이크쉑 열풍을 계기로 버거 레스토랑도 가족, 연인, 친구 간 즐길 수 있는 외식 메뉴로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버거를 ‘정크푸드’, ‘패스트푸드’ 정도로만 생각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고, 수제버거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사실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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