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형제 경영권분쟁 언제까지 가나

롯데家 형제 경영권분쟁 언제까지 가나

입력 2016-06-26 14:00
수정 2016-06-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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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사실상 마무리’ vs 신동주 ‘역전 가능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일본 도쿄(東京) 롯데홀딩스 주총 표 대결에서 형 신동주 전 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다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작년 8월과 올해 3월에 이은 ‘3연승’에도 불구, 지난해 7월 이후 약 1년간 이어진 롯데가(家)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 회장측은 임직원들의 신뢰나 경영역량 등의 측면에서 ‘신동빈 지지 우세’ 판도가 굳어져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낙관하는 반면, 신동주 부회장측은 검찰 수사 등에 따른 ‘그룹 위기’를 강조해 홀딩스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면 역전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신동빈측 “신동주, 임직원 신뢰 잃어 역전 어렵다”

한·일 롯데 지주회사격인 홀딩스의 이번 주총에서도 신동빈 회장은 앞서 두 차례 주총과 마찬가지로 주요 주주 가운데 광윤사(고준샤·光潤社, 28.1%)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임원지주회와 관계사의 경우 현재 지주사 홀딩스의 이사회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거의 확실한 신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캐스팅보트’ 역할의 종업원지주회가 세 차례 연속 신동빈 회장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 이상 직원 130여명으로 이뤄졌는데, 각 회원이 의결권을 개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종업원지주회 대표(이사장) 1명이 주총에서 표를 던진다.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이 종업원지주회가 앞으로도 신동빈 대신 신동주를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영 역량 등의 측면에서 신 전 부회장이 이미 일본 롯데 임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초까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일본 롯데를 이끌었는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매출(4조~5조원)은 현재 한국 롯데(약 80조원)의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더구나 지난해 1월 신 전 부회장이 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된 이유가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투자 손실 등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홀딩스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더구나 브렉시트로 향후 세계 경제, 특히 일본 경제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주들로서는 역량이 입증된 경영자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아무리 주총 표 대결이 반복된다고 해도 주요 주주들의 신동빈 지지 입장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해임안 무한 상정’ 움직임과 관련,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무리한 주장으로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임직원과 주주,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현재 진행 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법원 심리도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신격호 총괄회장은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법원 지시로 정신 감정차 입원한 지 사흘만에 무단 퇴원했다. 성년후견인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거부함에 따라, 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후견인 지정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공인되면, “아버지가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당장 오는 27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무단 퇴원한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향후 검증 방법 등을 놓고 심리가 이어질 예정이다.

◇ 신동주측 “종업원지주회 투표 방식 바꾸면 승산 있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측 생각은 전혀 다르다. 신동빈 지지 세력 사이에 이미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5일 주총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변화가 고무적”이라며 “표면적 결과는 임시주총(작년 8월, 올해 3월)과 같지만, 내부적으로 변화가 있음을 체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홀딩스 사장과 신동빈 회장의 불법적 경영권 찬탈 과정, 한국에서의 비리 등을 깨달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속속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지지자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적절한 시점이 되면 회원들 스스로 현재의 불합리한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 구조를 변경하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잇따라 주총 표 대결에서 패하자, 최근 그 원인을 종업원지주회 의사 결정 구조 탓으로 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종업원지주회 표의 방향이 130명 회원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이사장·부이사장·이사 2명·간사 1명)를 통해 정해지고, 의결권도 이사장이 단독으로 위임받아 행사하는방식이어서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신동빈 회장의 그룹 경영권 장악 과정에 문제가 있고, 그룹 위기의 책임도 신동빈 회장 탓”이라는 설득과 홍보전을 통해 일부 종업원지주회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고 해도, 현재 구조에서는 그 수가 전체 종업원지주회 안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한 최종 표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지속적 설득과 홍보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에 반대하는 개별 종업원지주회원 수를 늘리고, 이들의 세력을 모아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행사 규정 자체를 바꿔 ‘주총 역전’을 노릴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종업원지주회 대표(이사장)에 표를 위임하기에 앞서 총회를 열어 회원들간 사전 투표를 거치거나, 아예 개별 회원이 표를 행사하는 방식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런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신동빈 해임안’은 앞으로 수 개월 간격으로 홀딩스 주총에 상정되고 형제간 표 대결도 반복될 전망이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도 보도자료에서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현 임원진 해임과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강한 전의를 밝혔다. 그룹 경영권을 가르기 위한 롯데 홀딩스의 ‘무한 주총’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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