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흡연 피해자 증언형 텔레비전 광고 12월 도입 추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절대로 담배를 피우진 않았을 겁니다.”숀 데이비드 라이트(55) 씨의 인공 성대가 만들어낸 목소리는 거칠었다. 인후암으로 후두를 제거한 라이트 씨는 미국의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해 자신의 흡연 피해를 알리는 ‘증언형 금연캠페인’(Tips) 출연자다.
라이트 씨는 30일 서울 중구 퇴계로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세계금연의 날(5월 31일) 연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겪는 고생보다는 담배를 끊고 금단증상을 겪기가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라이트 씨는 14살부터 30년 동안 하루 한 갑 반 이상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인후암 판정을 받았고, 이후 3년 동안 방사능 치료 등으로 금연에는 성공했지만, 후두는 지키지 못했다.
라이트 씨의 목 아랫부분에는 엄지손톱만 한 숨구멍이 뚫려 있다. 기침이나 가래를 뱉을 때도 이 구멍을 통해야 한다. 라이트 씨는 “내가 만약 사레라도 들린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굉장히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멍을 막으면 공기가 인공 성대를 통과하면서 진동판을 울려 사람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매우 거친 목소리지만 라이트 씨는 이 인공성대가 ‘최첨단’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인공 성대는 로봇과 같은 기계음이 났다고 한다.
라이트씨는 2012년 시작된 미국의 증언형 텔레비전 광고에서 자신의 숨구멍을 그대로 공개했다. 미국에서는 라이트 씨 외에도 암, 뇌졸중, 후두암 등 흡연 피해자, 임산부, 금연 성공자 등이 30명이 증언형 광고에 출연했다.
이런 방식의 텔레비전 광고의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팀 매커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석 보건의료정책관은 “이 광고가 집행된 지 3개월 만에, 미국에서 흡연자 150만명이 금연 시도를 했고, 약 5년 동안 이 캠페인을 이어오면서 흡연자 500만명이 담배 끊기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Tips 캠페인을 통해 미국은 금연 시도 비율이 12% 상승했으며, 흡연자에 대한 금연 권고 비율이 2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1만7천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미국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방식의 금연 광고를 12월 국내에 도입할 방침이다.
성창현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의 변화로 더 낮출 수 있을 정도로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증언형 금연캠페인은 금연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 효과적인 캠페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지부는 국내 사정에 맞는 증언형 금연캠페인 광고를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 씨가 금연 광고에 출연해 흡연율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복지부는 유명인이 출연하는 일회성 광고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 출연하는 방식이 감정적, 이성적으로 더 금연효과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복지부는 금연학회, 호흡기학회 등을 통해 국내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할 금연 피해자를 찾을 계획이다. 역학적, 의과학적으로 담배로 인한 피해라는 점이 분명한 흡연 피해자들이 대상이다.
조성일 금연학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금연 피해자가 전국에 얼굴을 알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결심을 해야 한다'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금연치료의 효과 이상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가치와 보람으로 참여하는 분이 계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이트 씨는 ”나같이 어려움을 겪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데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자신의 모습을 전국에 드러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올바른 일을 했다는 생각에 자존심 문제는 둘째로 미뤄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