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곳 35개 유형 ‘갑질 약관’ 바꿔
사고 땐 백화점 면책 조항도 수정판촉비도 업체 부담 50% 이하로
앞으로는 백화점이 입점 업체와 협의 없이 제멋대로 매장 위치를 바꾸지 못한다. 백화점 내 사고에 대한 ‘백화점 면책 조항’도 수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전국 13개 백화점 업체와 입점 업체 간 ‘3개 계약서’(특약매입, 임대차, 직매입)를 심사해 3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바꿨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백화점들이 저질렀던 ‘갑질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백화점별로 시정된 불공정 약관 수를 보면 롯데가 10개, 신세계 17개, 현대 19개, 갤러리아 18개, AK 19개, 이랜드리테일(NC·동아 백화점) 22개, 현대아이파크백화점이 21개였다.
백화점들은 입점 업체의 매장 위치를 맘대로 변경할 수 없게 됐다. 계절에 따라 상품을 재구성하거나 입점 업체의 요청 등 구체적이고 엄격한 요건을 충족했을 때만 매장 위치를 바꿀 수 있다. 특히 상품을 재구성할 때도 다수 매장의 위치와 면적, 시설을 동시에 바꿀 때만 허용된다. 특정 입점 업체를 콕 찍어서 매장 위치를 바꾸게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단순히 고객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상품을 받지 않거나 입점 업체가 파견한 종업원 교체도 요구할 수 없다. 또 입점 업체에 부당하게 판매 촉진비를 전가하거나 판촉 행사에 입점 업체의 종업원 파견을 강요할 수 없다. 입점 업체와 백화점이 판촉비를 분담할 수 있지만, 입점 업체가 내는 판촉비는 50%를 넘어서면 안 된다. 그동안 입점 업체는 경영난으로 임대료를 밀리면 연 24%의 지연 이자를 물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연 이자가 공정위 고시 이율인 연 15.5%를 넘으면 안 된다.
백화점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불공정 약관 조항도 고쳐졌다. 천재지변이나 도난, 화재로 입점 업체가 피해를 봐도 백화점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들은 고의 또는 중대 과실 때만 책임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백화점 측의 경미한 과실이나 백화점 건물의 자체 하자로 인한 사고 때도 책임지는 것으로 바뀌었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백화점 업체 13곳은 공정위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된 조항을 모두 스스로 시정했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6-03-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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