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고 稅혜택 야박… ISA 흥행 암운

문턱 높고 稅혜택 야박… ISA 흥행 암운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6-02-17 23:08
수정 2016-02-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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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달 앞으로… 英·日과 비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 규모와 성장 속도는 벤치마킹 대상인 영국과 일본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야박한 세제 혜택과 높은 가입자격 문턱, 중도인출 제한 등으로 인해 앞서 흥행에 실패한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세수 감소 걱정에 발목이 잡혀 ‘판’을 제대로 벌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99년 ISA를 도입한 영국은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가입자 2267만명, 누적 적립금 4696억 파운드(약 82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만 18세 이상 영국인의 46%가 ISA에 가입했다. 가계 금융자산 4만 7740억 파운드의 10%가 ISA에 들어가 있다.

영국 ISA가 초창기부터 활성화된 건 아니다. 제도 첫해인 1999~2000년 가입자는 800만명, 적립금은 290억 파운드(약 50조원)에 그쳤다. 지난 16년간 꾸준한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 속에 2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2014년 ISA를 도입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도 첫해 가입자는 830만명으로 집계됐다. 가입 조건인 만 20세 이상 인구 1억명의 8.3% 수준이다.

한국 ISA는 영국과 일본 같은 활성화는 힘들 것이라는 게 금투업계의 분석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ISA 첫해 시장 규모를 24조원으로 예측했는데, 영국처럼 800만명이 연 600만원을 납입한다고 가정하고 절반으로 나눈 것이다. 최대 시장 규모 460조원(ISA 가입 자격을 갖춘 국민 2300만명 모두가 연간 납입한도 2000만원씩 투자)의 5% 수준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ISA 첫해 시장 규모가 11조 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 ISA 시장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영국과 일본 등에 비해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세제 혜택도 짜기 때문이다. 영국은 만 18세(예금형은 만 16세) 이상, 일본은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ISA에 가입할 수 있지만 한국은 세원 파악이 쉬운 근로·사업소득자와 농어민으로 제한했다. 20세 이상 인구 4000만명 중 40% 이상이 ISA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가정주부와 청년 구직자, 프리랜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단기 노동자 등은 소외됐다.

영국과 일본이 ISA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00만원(연봉 5000만원 이하는 250만원)으로 한도를 설정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정부가 세수 감소를 걱정해 세제 혜택에 인색했다”며 “재형저축 등 기존 절세 상품이 사라져 ISA 가입자는 꽤 있을 전망이지만 납입금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5년간 중도 인출을 할 수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계층은 전세금으로 2년마다 목돈이 필요한데 인출 제한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 앞서 재형저축이 활성화에 실패한 것도 7년간 인출 금지 조건을 뒀기 때문이었다. 영국과 일본은 인출 제한 시 저소득층의 ISA 가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제약을 두지 않았다. ISA를 담보로 한 대출 신청 등만 막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실장은 “국민의 자산 증대를 목표로 한 ISA의 취지를 감안하면 가입 조건을 완화하고 비과세 헤택도 지금보다 2배 많은 최대 500만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6-02-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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