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없이 열린 ‘신격호의 꿈’ 롯데타워 상량식

신격호 없이 열린 ‘신격호의 꿈’ 롯데타워 상량식

입력 2015-12-22 16:41
수정 2015-12-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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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총괄회장 96년 이후 공식행사 참석 안 해”

“30년 전 한 기업인(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꿈이 시작됩니다. 1987년 (롯데월드타워) 사업지(잠실)가 선정된 뒤 지난 30년간 도전과 시련, 눈물과 환희가 응축됐고 2대(신격호-신동빈)에 걸친 도전과 열정이 드디어 결실을 맺습니다.”

롯데그룹은 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상량식(대들보를 올리는 행사) 과정에서 대들보가 1층에서 123층까지 이동하는 동안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롯데월드타워 사업 관련 다큐멘터리 ‘도전과 열정의 30년’을 내외빈에게 상영했다.

다큐멘터리 내용대로, 롯데월드타워는 전적으로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의지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

롯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 잠실 일대에 종합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세계적 명소를 만들어야 한다”며 1987년 잠실에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부지를 매입했다.

롯데그룹 한 임원은 “신 총괄회장이 1987년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결심했을 때 주위의 반대가 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초고층 사업은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반면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룹 내 누구도 “세계 최고의 그 무엇이 있어야 외국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신 총괄회장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상량식 축사에서 롯데월드타워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업적으로 돌렸다.

신 회장은 상기된 얼굴로 “롯데월드타워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고국에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롯데월드타워에) 모든 열정을 쏟은 아버지께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읽을 때 신 회장은 감정이 격해진 듯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롯데는 이날 123층 꼭대기에 올려진 대들보(H빔 철골 구조물) 맨 앞 자리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름을 빠뜨리지 않고 새겨넣었다.

하지만 정작 신격호 회장은 상량식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 중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의 보필을 받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동생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중인데 실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신 총괄회장은 외견상 신동빈 회장의 반대편에 서있다.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은 이날 오전 언론매체들에 “총괄회장 비서실(신동주 측)은 오늘 오전까지 롯데그룹으로부터 상량식 등에 관해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으며, 이에 따라 총괄회장 참석 여부는 계획된 바 없다”는 내용의 메시지와 이메일을 전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회장을 상량식에 초청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996년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공식 행사에 참석하신 일이 없다. 그룹의 불문율이 있기 때문에 오늘 상량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10분께 롯데월드타워에 도착한 신동빈 회장은 “아버님(신격호 총괄회장)이 오늘 행사에 참석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상량식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상량식 참석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그룹 경영권 분쟁 탓에 창업주이자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꿈인 롯데월드타워의 상량식을 동주·동빈 두 형제가 함께 축하하지 못하는 현실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과 마찬가지로 상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신동빈 회장의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오후 2시15분께 도착해 모든 행사를 지켜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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