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꿈꾸는 더 좋은 경제’ 출간…신흥국·가계부채·제조업발 3대 위기 경고
신흥국발 국제금융 위기와 부동산발 가계금융 및 제조업발 기업부실 위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2018년께 한국경제에 제2의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직 고위 경제관료의 엄중한 경고가 나왔다.경고를 한 주인공은 권혁세(59) 전 금융감독원장이다.
지난 30여 년간 경제정책 만들고 집행하는 현장에 있었던 권 전 원장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모두가 꿈꾸는 더 좋은 경제(페이퍼북)’를 최근 출간했다.
권 전 원장은 이 책에서 “중국의 성장이 감속 추세로 돌아선 가운데 올해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3년쯤 후에 3대 위기라는 거대한 ‘삼각파도’ 쓰나미가 한국경제를 덮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먼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될 경우 경상수지와 외환사정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부터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이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비교적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경상수지, 외환관리에도 불구하고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악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정부의 거래 활성화 대책과 규제완화 조치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내수경기 활성화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기에 다가올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늘어난 분양 공급물량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2017년 말부터 침체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경우 제조업발 위기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적신호를 켜기도 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와 후발국의 추격, 일본의 가격 경쟁력 회복 및 중국의 기술 경쟁력 추격, 인구구조 변화, 모바일 혁명에 따른 새로운 산업 출현 등 주변 여건이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권 전 원장은 “우리 경제가 이런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강력한 구조조정보다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지원 위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개혁조치를 단행해 체질개선과 선진화에 성과를 거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손쉬운 방식으로 위기 국면을 넘겼다는 것이다.
그는 ‘잃어버린 10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은 각 부문의 구조개혁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 부문의 후진성이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한국경제가 바뀌려면 정치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특히 “정치 부문은 과거의 일본 못지않게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후진적인 정치관행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 정경분리, 의원입법 제도의 개선, 상생과 타협의 정치 등이 필요하다며 경제개혁은 오로지 정치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 전 원장은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과 옛 재무부에서 근무한 뒤 재경부 재산소비세 국장과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11~2013년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다.
10일 오후 2시30분 성남시 분당의 서현역 라온스퀘어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