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골머리’…2천만명 1년 식량이 재고로

남아도는 쌀 ‘골머리’…2천만명 1년 식량이 재고로

입력 2015-11-08 10:39
수정 2015-11-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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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해외원조·대북지원 등 수요 발굴에 진땀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재고가 급증, 정부가 처리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쌀 재고는 무려 2천만명이 한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2% 줄었지만 날씨가 좋고 병충해·태풍 등의 피해가 없어 단위면적(10a)당 생산량이 520㎏에서 533㎏로 2.5% 늘어 올해 역시 풍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지난해(424만1천t)보다 0.4% 증가한 425만8천t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반가워하지 않는다.

정부는 밥쌀용 이외에 다른 용도의 수요처를 찾는 데 주력하는 한편 수출, 해외원조, 대북지원 등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는 형편이다.

◇ 쌀 소비 ‘뚝’…재고 부담 ‘쑥’

쌀 생산량은 10년 전인 2005년(476만8천t)과 비교하면 10.7% 줄었다. 농지를 택지로 개발하고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으로 매년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생산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쌀 소비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작년 1인당 쌀소비량은 65.1㎏로 2005년(80.7㎏)보다 19.3% 줄었다. 쌀 재고 누적이 지속하는 이유다.

9월 말 기준으로 쌀 재고는 136만t으로, 적정 규모(80만t)보다 약 56만t이 많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소비량의 17∼18%를 적정 재고로 본다.

쌀 재고 136만t을 지난해 기준 1인당 쌀소비량(65.1㎏)으로 나누면 약 2천89만명이 1년간 소비하는 양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10월 말 정부 양곡재고량 84만t과 비교해도 50만t가량 늘었다. 증가분 중 24만t은 지난해 정부가 시장 격리용으로 사들인 물량이고, 나머지 절반은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재고다.

136만t에는 국산쌀과 수입쌀, 햅쌀과 묵은쌀 재고가 모두 들어간다. 현재 정부 양곡 창고에 있는 쌀 중 가장 오래된 쌀은 2012년산 쌀 약 10만t이다.

쌀 재고가 쌓일수록 쌀 보관 비용 등 재고 관리 부담도 커진다. 이 쌀은 전국 양곡창고 3천900곳에 나눠 보관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재고 10만t 보관에 연간 316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0만t당 보관료 61억원, 고미화(古米化)에 따른 가치하락 비용 220억원, 금융비용 35억원을 합친 것이다.

◇ 정부, 수요처 찾기 안간힘

이 때문에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활용할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 힘쓴다. 현재 정부는 쌀 가공산업에 육성과 수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1인당 연간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09년 5.4㎏에서 지난해 8.9㎏로 늘었을 정도로 밥쌀 소비는 줄어도 가공용 쌀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데 주목한다.

쌀 가공제품도 떡·면류에서 빵·과자·프리믹스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농식품부는 재고관리 차원에서 가공용 수입쌀과 국산 구곡 재고를 할인 공급해 가공용 쌀 소비를 촉진하고 주정용 쌀 공급도 늘릴 방침이다.

쌀 가공식품 수출물류비 지원 대상도 현재 6개(쌀과자·떡·식혜·누룽지·가공밥·쌀국수)에서 모든 제품으로 확대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호주·일본·홍콩 등 45개국에 쌀 1천992t, 471만5천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세계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작년 쌀 수출액은 2010년(651만9천달러)보다 28% 줄었다.

최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쌀 검역 요건에 합의하면서 쌀을 중국으로 수출할 길이 열린 것도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시중 쌀값의 절반 수준인 복지용 쌀 ‘나라미’ 구매대상자도 늘렸다. 기존 공급 대상은 최저생계비 이하 생활자와 차상위계층이었으나, 정부로부터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는 모든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했다.

나라미 구매 대상자는 134만명에서 210만명으로 증가했다.

◇ 대북·해외 원조는 ‘시기상조’

쌀 대북 지원이나 해외 무상 원조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지난달 8일 정부가 추가로 쌀을 시장격리하고 쌀 40만t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하라는 쌀 격리 확대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쌀 대북지원은 남북관계 및 국제정치, 국내 정치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안이기도 하고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남북교역이 중단된 2010년 5·24 조치 이후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은 물론 민간 차원의 쌀 지원도 끊긴 상태다.

해외 원조는 대상국이나 국제기구와의 협의 기간이 오래 걸린다. 대규모 식량원조를 하려면 해외 원조 규약에 가입하고 상대방 국가의 이의 제기가 없어야 한다. 쌀 운송·수송 비용이 쌀 원가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쌀을 동물 사료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거부감이 커 정부는 조심스럽다는 태도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쌀을 사료로 쓰는 데 문제가 없지만 결식아동이나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복지도 필요한데 쌀을 동물 사료용으로 쓰는 게 적절하냐는 반대 여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연말까지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른 작물 재배 확대, 농지이용 효율화 방안 등을 포함한 ‘중장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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