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글로벌 인기에 경매사 주가 高高

한국미술 글로벌 인기에 경매사 주가 高高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15-10-15 18:06
수정 2015-10-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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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株 8개월 새 5배 상승 왜



1년 전 수년 동안 제자리걸음하던 한 회사의 주가가 화려한 ‘붓질’을 시작했다. 당시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8개월 만에 2만원대로 뛰어올랐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인기몰이를 한 것이 주가로 연결됐다. 미술품 경매 전문회사 서울옥션 얘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홍콩 하버뷰 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의 제16회 홍콩 경매의 낙찰총액은 232억원으로 2008년 홍콩 경매를 시작한 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날의 주인공은 김환기 화백의 1971년 작인 전면 점화 ‘19-Ⅶ-71 #209’(253×202cm)였다. 47억 2100만원(약 31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며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가 갖고 있던 국내 미술품 국제 경매 최고가 기록을 9년 만에 새로 썼다.

서울옥션은 해마다 5월과 11월 두 차례 진행하던 홍콩 경매를 올해부터 10월에도 한 차례 추가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단색화 전시 즈음부터 불어 온 국내 단색화의 인기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베니스비엔날레 등을 거치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나날이 ‘몸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스몰캡팀장은 “올해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 낙찰총액 예상치는 615억원으로 국내 경매 낙찰 총액을 두 배 이상 앞지르며 향후 실적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수익이 국내 수익을 앞선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내년에도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미술품 시장이 대안 투자처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달 초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열린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의 홍콩 경매는 중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예상보다 16% 많은 3억 4200만 달러어치의 미술품이 낙찰됐다. 최근 주가 폭락으로 홍역을 치른 중국인 자금이 안정적인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술품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10개 안팎의 미술품 경매 회사가 있다.

이동용 서울옥션 전무는 “국내 시장의 경우 아직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진 않지만 대안 투자 수요는 있는 것 같다”며 “미술품 투자는 최소 5년 이상을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작가들이 글로벌 마켓을 형성한 것은 광복 이래 처음”이라며 향후 몇 년간은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정체된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업체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은 기존 오프라인에 치우쳐 있던 미술품 경매를 온라인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응찰이 가능한 온라인 경매를 다양한 주제로 진행하는 등 젊은 층의 눈길을 끈다는 전략이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프린트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선물 시장으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10-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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