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개혁 차질 불가피…종업원지주회 향배 핵심변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들어갔다.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4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고준샤·光潤社) 주주총회를 열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이 ‘50%+1’ 지분을 가진 광윤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광윤사의 개인별 지분율은 ▲신동주 전 부회장 50% ▲신동빈 회장 38.8% ▲신격호 총괄회장 0.8%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 여사(신격호 총괄회장 부인) 10%인데 이날 신격호 총괄 회장이 본인의 주식 한 주를 신 전 부회장에게 매각함으로써 신 전 부회장의 50%+1 구조가 됐다.
이로써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통해 동생 신동빈 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50%를 갖고 있으면 이론적으로 여타 세력이 연합해 50%를 만들면 50 대 50 구조가 되지만, 50%+1 구조가 되면 신 전 부회장이 원하는 대로 광윤사 전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에서 해임한 상태에서 신 회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광윤사 지분을 통해 롯데홀딩스에서 한일 롯데그룹을 상대로 각종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28.1%) 이외에 ▲종업원 지주회(27.8%)▲관계사(20.1%) ▲ 투자회사 LSI(10.7%) ▲가족(7.1%) ▲임원지주회(6.0%) ▲롯데재단(0.2%) 등이 나눠갖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신동빈 회장의 그룹 경영권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롯데그룹은 광윤사 이외에 나머지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측이 광윤사 의결권을 확보하고 차후 소송과 주주 설득을 통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지분을 합하면 55.9%로 반수를 넘어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핵심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를 타깃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지주 이사장인 대표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이나 결의방식은 베일에 가려졌다. 종업원 지주회는 지난 8월 17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종업원 지주회 구조로 볼 때 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의결권을 장악했으나 현재로선 나머지가 신동빈 회장의 우호지분이어서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경영권 사수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문제는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등이 차후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재연됨에 따라 롯데그룹은 향후 개혁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고위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소송을 낸 때문에 롯데 개혁 작업의 시작인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도쿄와 서울에서 동시에 소송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로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호텔롯데 상장을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는 애초 2월에 상장하려 했으나, 이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김병률 상무는 “상장심사의 질적 요건에 지배구조의 안정성과 관련된 항목이 있기 때문에 이번 (롯데의) 소송전도 심사 대상에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미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를 연내에 80%가량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호텔롯데 상장이 지원되면 연동이 불가피하다. 순환출자 비용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마련하려 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로 다가온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제2롯데월드점 재입찰 심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해 형제간 진흙탕 싸움으로 비쳐지면 겨우 진정시켜놓은 ‘반(反) 롯데정서’가 다시 불붙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해 면세점 재입찰 심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