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동반 급락…증시 변동성 확대될 듯
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국내 증시가 혼란에 빠졌다.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위안화 가치를 1.86% 인하한 데 이어 12일에도 위안화 가치를 1.62% 내렸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화 가치 하락 흐름이 예상되는 가운데 당분간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며 약세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위안화 평가절하의 여파에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지만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 오전 한때 오름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30분께 중국의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코스피는 빠른 속도로 하락해 장중 1,96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스닥지수는 장 초반부터 1%대 하락으로 비틀거리다가 위안화 추가절하에 장중 한때 3.5% 넘게 급락하며 71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영향으로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82%, 1.89% 하락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한 번의 타격을 받은 셈이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이틀째 급등해 장중 달러당 1,190원대로 올라섰다.
금융시장 전반이 출렁거리면서 증시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되는 형국이다.
전날까지도 위안화의 절하는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고 추가 절하되더라도 점진적인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시장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이틀 연속 위안화가 큰폭으로 평가절하되자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한국의 원화를 포함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신흥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가능성은 더 커졌고 신흥국 통화표시 자산 매력도 저하될 것”이라며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11시4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3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에 개인과 기관은 각각 503억원 63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과거에도 위안화 약세가 나타났던 시기에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가 강화된 작년 상반기와 올해 초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증시 이탈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와 외국인 수급 부진에 따른 국내 증시의 약세 국면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명암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안화 약세가 심화되고 장기화될 경우 상당수 산업에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신흥 시장에서 단기적인 자본 유출 심화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장품, 음식료, 의류 등 중국 소비관련 성장주의 약세가 우려된다.
중국인 여행객들의 구매력이 약화되고 중국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출주는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수출주의 경우 대중국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은 심화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자동차부품, 조선, 운송, 정보통신(IT) 하드웨어, 반도체, 철강 등 업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원화 약세가 업종별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대증권은 원화 약세 혜택을 볼 수 있고 중국 현지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와 IT가 유리할 것으로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승민 팀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에 더 무게중심을 둘 경우 시장 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병열 연구원도 “중기적으로는 경기부양에 힘입어 중국 소비관련 성장주가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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