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노조의 위기의식 공유 ‘통합 합의’ 이끌었다

외환노조의 위기의식 공유 ‘통합 합의’ 이끌었다

입력 2015-07-13 14:13
수정 2015-07-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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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조가 그간의 입장을 접고 하나은행과의 통합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통합을 마냥 미룰 경우 외환은행의 경영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노조도 공유한 것이 합의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NIM은 예금·대출 간 금리차에서 발생한 수익과 채권 같은 유가증권에서 거둔 이자이익을 포함한 개념이다.

지난 1분기의 순이자마진은 신한(0.09%p), 우리(0.06%p), 국민(0.07%p), 하나(0.05%p) 등 주요 은행들이 전분기 대비 0.05~0.09%포인트씩 떨어졌다.

올해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아직 실적발표 전이지만 하나·국민·우리·신한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의 올 2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2천370억원으로, 1분기보다 33.9%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은행의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1분기 외환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1천221억원에 불과하다.

시중은행들 중에서는 최하위권이고 부산은행(1천66억원)과 근접한 수준이다.

올 2분기에도 마땅한 실적 ‘터닝포인트’가 없는 게 사실이다.

순이익은 악화되고 있는 반면에 손실은 증가하는 추세다.

외환은행이 지난달 신용위험을 전수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D등급 분류 여신은 131개 업체로 약 1조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D등급 분류 여신 중 30% 정도만 부실화돼도 당장 적자가 발생한다.

외환은행의 대손비용율은 0.6%포인트 수준으로 통합 파트너인 하나은행(0.25%o)은 물론이고 신한은행(0.46%p), 국민은행(0.26%p)보다 높다.

또 성동조선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실적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 지분 매각대금 등 비이자이익으로 견뎌왔으나 이제는 주수익원이 위축되면서 실적 악화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런 가운데 통합을 미룰 명분이 약하다는 쪽에 서는 직원들의 은근한 압박도 노조 지도부가 통합 합의에 이르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 6월26일 법원이 통합 절차 중단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직원들을 만나고 다니며 우회적으로 노조를 압박했고, 이 전략은 주효했다.

통합 작업을 계속 늦출 경우 경영진이 제시하는 당근책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직원들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의 대화 자리에서 ‘통합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애초 이 자리는 한 직원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측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직원들이 설명을 요구하는데 안 나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 조속한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하나금융 측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노조의 입지는 자연스레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노조로서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특단의 카드가 필요했고, 결국 그 카드는 통합에 합의해 주는 것이었다.

외환노조는 “은행 경쟁력 강화와 직원의 생존권 문제에 대한 이해가 일치해 합의하게 됐다”며 “합의 내용을 앞으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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